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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역사) 이야기

예쁜 여인을 보고도 돌아보지도 않는 자는 가까이 하지 말아라

by 까망잉크 2009. 3. 29.

 

 

예쁜 여인을 보고도 돌아보지도 않는 자는 가까이 하지 말아라

 
조선 중종 때 왕도정치를 주장했던 명신(名臣) 조광조는 야사에

따르면 젊은 시절 남곤과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두 사람 다 수재라서 스승의 총애를 받았고 서로간에도 우애가 좋았다.

 

하루는 두 사람이 함께 출타를 했다. 마침 단오날이라 거리에는

모처럼 바깥 나들이를 나온 부녀자들이 많았다.

남녀간에는 눈도 마주치면 안 되는 것으로 알았던 시절이었다.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걸음을 빨리하는 여인네들을 볼 때마다

조광조는 자꾸만 그쪽으로 눈이 쏠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래서는 안 되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지만 얼굴은 자꾸 붉어지고 가슴은 뛰었다.

 

행여나 남곤에게 이런 기색을 들켰을까 싶어서 흘끗 보니,

남곤은 지나가는 여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선비다운

자세로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광조는 더한층 부끄러워졌다.

 

'아, 나는 아직도 수양이 부족하구나.'

                                                         

 

집에 돌아와서도 조광조는 내내 부끄러운 생각뿐이었다. 

아들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챈 어머니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조광조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피하려고 했지만 어머니께 공연히

걱정을 끼치는 것도 불효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어머니, 저는 남곤에 비하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남곤은 길에서 여인네들을 보고도 앞만 보고 꼿꼿이 걸어가는데,

저는 자꾸만 여인네들을 훔쳐보게 되지 뭡니까."

 

자초지종을 들은 어머니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렸구나 하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조광조에게

어머니는 뜻밖의 말을 하였다.

 

"얘야, 이제부터 남곤 그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말거라.

잘못하면  그사람은 너에게 큰 해가 된다."

 

"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희 나이 때에는 예쁜 여자를 보면 돌아보고 싶은 것이 당연한데,

그만한 인지상정도 없다니 얼마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사람이겠느냐.

 

그런 사람과 사귀었다간 장차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른다."

 

훗날 조광조는 기묘사화에 휘말려 역적의 누명을 쓰고 사약을 받았다.

그 때 조광조를 모함한 사람이 바로 남곤이었던 것이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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