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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역사) 이야기

좃짝좃짝(陽小)

by 까망잉크 2009. 4. 9.

 

좃짝좃짝(陽小)   

 솥짝솥짝(鼎小)

   

 

어느 시골에 문자를 아는 여인들이 살았다. 하루는 세 여인이 한 집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평소 가슴속에 품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모두 찬성하자 중년 여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여인네들은 매일 밥하고 빨래하느라 한가할 틈이 없어요. 오늘밤은 날씨가 무척 좋군요. 뜰 앞에 꽃이 피어 밤이 더욱 좋으니 우리도 연구(聯句= 한 사람이 한 구절씩 짓고 이를 합하여 만든 시)를 짓는 것이 어떻겠어요?”

“좋아요.”

여인네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명색이 사대부의 부인들인데다 글까지 알아서 남정네(선비들은 시 짓는 것이 풍류였다.)들의 흉내를 내보기로 한 것이다.

 

그때 마을 뒷산에서 접동새(소쩍새)가 울기 시작했다. 접동새 우는 소리에 공기가 파르르 몸을 떠는 것 같았다.

한 여인이 접동새 우는 소리를 빗대어 가슴속 소회로 연구를 짓자고 제안했다. 접동새 우는 소리를 빗대어 시를 짓자고 하니 여인들이 모두 긴장했다.

 

접동새 우는 소리 촉나라 작은 것을 한탄하네.(禽言限蜀小)

 

여인이 등잔불의 심지를 돋우고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촉나라 작은 것과 저 새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두 여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를 읊은 여인에게 물었다.

“제가 들으니 옛날 촉나라가 땅이 좁고 척박해 멸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황제가 죽은 뒤에 저 새가 되어

촛짝촛짝(蜀小= 촉 땅이 작다는 촛짝촛짝의 한자 표현)하고 운다는 군요.”

시를 지은 여인이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우리의 가슴속 소회를 읊기로 했는데 옛날 일을 읊었으니 틀렸어요.”

중년여인이 첫 번째 시를 읊은 젊은 여인을 비판한 뒤 시를 읊었다.

 

접동새 우는 소리 솥이 작다고 한탄하네.(禽言限鼎小)

 

나머지 두 여인이 시를 듣고 물었다.

“접동새 우는 소리가 솥이 작은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평소에 우리 집 솥이 작은 것을 한스럽게 여겼는데, 오늘 접동새 우는 소리를 들으니 마치 솥짝솥짝 우는 것

같기에 그리 지은 것입니다.”

두 번째 구절을 읊은 중년 여인이 대답했다. 다른 여인들이 비로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시에는 가난한 집안

며느리의 한이 담겨 잇다. 식구들의 밥을 차례로 푸고 나면 솥이 작아 자기 몫의 밥이 없어서 배를 주린 며느리가 죽은 뒤 접동새로 변해 ‘솥이 작아, 솥이 작아’하고 운다는 것이다. 접동새 우는 소리를 가만히 들으면 솥짝솥짝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하다.

 

접동새 울음소리 양(陽)이 작다고 한탄하네.(禽言限陽小)

 

다른 두 여인이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갸루뚱했다. 양이 작다는 것은 남자의 양경이 작다는 뜻이다.

“양이 작는 것이 접동새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두 여인이 마지막으로 시를 읊은 여인에게 물었다. 밤이 깊은 탓인가. 양이라 말을 하는데 여인들의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찼다.

“우리 남편의 양경이 작아 평소에 한스럽게 생각했는데, 오늘 새 소리를 들으니 마치 좃짝좃짯 하고 우는 것 같기에 그리 지은 것입니다.”

마지막 여인의 말에 두 여인이 박장대소했다.

 

작자 미상의‘교수잡사(攪睡襍史)’에 전하는 이야기다. 이는 잠을 뒤흔드는 잡다한 이야기란 뜻이다.

 

[출처] 이 수 광의 조선사 쾌인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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