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크리스티나 로제티 -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A Birthday - Chrina Rossetti -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e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se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누군가 내게 불쑥 내미는 화려한 꽃다발 같은 시입니다.
진정한 생일은 육신이 이 지상에서 생명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노래하는 시<생일>. 글을 쓸 수 있기 전에 이
미 시를 썼다는 크리스티나 로제티가 스물일곱 살 때 쓴 시입니다. 사랑에
빠진 시인의 마음은 환희와 자유의 상징인 새, 결실과 충만의 상징인 사과
나무, 평화의 아름다움의 상징인 고요한 바다와 같이 너무나 행복하고 가
슴 벅차서, 스물일곱 나이가 까마득히 먼 꿈이 되어버린 내 마음까지 덩달
아 사랑의 기대로 설렙니다.
내 육신의 생일은 9월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생명이 없는 것이라는
<생일>을 읽으며, 나도 다시 한 번 태어나고픈 소망을 가져봅니다. 저 눈부
신 태양을 사랑하고, 미풍 부는 하늘을 사랑하고, 나무와 꽃과 사람들을 한
껏 사랑하고, 로제티처럼“ my love is come to me!”라고 온 세상에 고할 수
있는 아름다운 4월의‘생일’을 꿈꾸어봅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고(故) 장영희 교수를 생각하며
그의 ‘생일’이라는 책에서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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