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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3천냥이라도

by 까망잉크 2009. 6. 6.

 3천냥이라도 싸지.싸!! 암!' 

 

          

어떤 장사꾼이 멀리 장사를 나갔다가 밑천을 거의 다까먹고 
겨우 삼천냥을 남긴 채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때 우연히 간판 하나를 보게 되었다.


'관상 한 번 보는데 천냥'
관상을 한 번 보는데 천 냥이라면 큰 돈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이 끌려 그 집을 찾았다.
방으로 들어가니 횐 수염을 길게 늘인 노인이 아무말 없이 앉아 있었다.
장사꾼이 무릎을 끓고 천냥을 내놓으며 관상을 부탁하자.
노인이 입을 여는데 딱 한마디 뿐이다.

 

'남들이 질러가거든 당신은 돌아가시오.'
또 무슨 말이 있으려냐 싶어 한참 동안을 기다려도 
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말이 없었다
'한마디만 더 일러주십시오.' 하고 천냥을 내놓으면서 다시 묻자

"남들이 밉다고 하거든 당신은 곱다고 하시오.'

또 이 한마디뿐이다. 


장사꾼은 답답해서 또 천냥을 내놓고 노인에게 설명을 부탁하니.

설명은 않고  

'곱거든 기어 들어가시오."

이번 대답은 더 짧았다.

 

 

마침내 장사꾼은 완전 빈털터리가 되어. 집을 향해 힘없이 걸었다.
얼마를 가니 큰 고개가 나타났는데 고개 앞에는 많은 장사꾼들이 모여 
산 밑으로 돌아가면 30리가 넘으니 질러 가자고들 하였다.

 

장사꾼은 날이 저물었으니 일행을 따라갈까 하다가, 

관상쟁이에게 들은 말이 있어 흔자 산 밑 좁은 길을 택해 돌아갔다.

 

고개 너머 있는 주막에 들러 보니, 

먼저 와 있어야 할 장사꾼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장사꾼 일행이
고개를 넘다가 강도 를 만나 재산과 목숨을 모두 빼앗겼다는 것이다.
'큰일날 뻔했구나! 천냥이면 싸다!'
 
며칠 후, 장사꾼은 바닷가에 닿았는데, 
바위 위에 흉한 물짐승이 하나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무슨 짐승이 이떻게 흉칙하게 생겼을까? 아이고 지저분해'
지나는 사람마다 모두 침을 뱉고 욕을 했다.

'남이 밉다고 하면 곱다고 하랬지.'
그는 괴물 가까이 다가가서 한참 동안을 들여다보며
"허 ,참으로 영물이다. 이런 외모를 지니고 어찌 조화가 없으랴?
그 짐승 잘도 생겼다!"
하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그 짐승은 곧장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장사꾼이 바위 모퉁이를 지나는데
아주 잘생긴 소년이 푸른 옷을 입고 앉았다가 그를 보자 
반색을 하고 곧장 달려와 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구더라?"

 

"저는 아까 선생께서 칭찬해 주신 물가에 있던 동물입니다.


저는 용왕의 아들인데 아버지에게 벌을 받아 흉한 탈을 쓰고 

바닷가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누구든 제 꼴을 보고 곱다고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허물을 벗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곱다고 칭찬해 주겠습니까.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마침 선생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이렇게 쉽게 풀려났습니다. 
이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구슬중의 하나이온데. 
여섯 모가 난 것으로서 한 모마다 소원 한 가지씩을 이루어 줄 것입니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옵소서.
 
장사꾼은 용왕의 아들로부터 구슬을 받아 그립던 집 대문에 들어서니 

아내가 반갑게 맞이하는데,

화장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이 이상스러웠다.


'내가 여러 달이나 없었는데 이떻게 곱게 차리고 있다니. ...
하고 의심이 번쩍 들자. 관상쟁이의 말이 생각났다.

'곱거든 기어 들어가라.'

그는 얼른 엎드려서 기어 들어갔다. 


그런데 마루밑에 웬 사나이가 숨어 있는게 눈에 띄었다.

'웬놈이냐!'

그 사내는 아내의 정부(情夫)였다.


장사꾼은 벌벌 떨고 있는 아내와 사내를 결박하여 관가에 고발했다.

 

          

    


'이렇게 척척 맞는다   면야 3천냥이라도 싸지.싸!!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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