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옷 벗는 소리
이조 선조 때의 이야기.
송강 정철과 서애 유성룡이 어느 손님 한 분을 대접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는 백사 이항복, 일송 심회수, 월사 이정귀도 함께 참석하였다.
술자리가 벌어져 온갖 잡담을 나누다가 누가 먼저 말머리를 꺼냈는지
이 세상 모든 소리 중에 무슨 소리가 제일 듣기 좋은가 하는 문제가 나왔다.
모두 한 나라의 이름난 재상들이요. 세상을 뒤흔드는 이름난 문장가들이기
때문에 다 한 마디씩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먼저 송강이,
"달 밝은 밤에 좋은 노래 소리를 듣는 게 제일 좋지"
일송은,
"단풍 든 가을 산에서 우는 원숭이 소리가 제일 듣기 좋은 소리지"
하였다.
다음 서애는
"새벽녘쯤 되어서 술통에서 떨어지는 술 방울 소리보다 더 운치 있는 소리는 없지"
다음 월사는
"고요한 초당에서 나오는 젊은이의 시 읊는 소리가 제일일 거야"
마지막에 가서 백사는 웃으면서 여러 친구들에게 얘기하기를,
"글쎄 여러분들이 하신 말씀은 다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제 생각 같아서는
좋은 밤에 안방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여자의 옷 벗는 소리 이상 더 듣기 좋은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옛(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꿰미를 묻어둔 채 이사한 어머니에게 (0) | 2009.09.27 |
---|---|
콩 잎은 세 가지 끝에 달리니 세 가지 쌈이요 (0) | 2009.08.31 |
불효자가 된 효자, 음년이 된 열녀 (0) | 2009.08.12 |
西 五陵의傳說 (0) | 2009.08.10 |
다자구야 들자구야 (0) | 2009.08.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