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卜 이야기
<제 1 화 : 약 藥>
옛날 산골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먼 곳에 돈 벌러 간다고 나간 길로 몇 년이나 소식이 없으니
기다리다 지친 부인이 용하다는 할머니 점쟁이를 찾아갔다.
근처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할머니 점쟁이는 특이하게 한자로 점을 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수 없이 많은 한자 중에서 한 글자를 고르게 하는 것인데 이 부인은 약(藥)자를 골랐다.
그리고는 물었다 "점괘가 어떠냐"고.
"당신 남편은 잘 있소. 그러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그냥 잊고 사시오"
라고 할머니 점쟁이는 말하는 것이었다.
자꾸 물어도 자세한 얘기는 해주지 않고, "틀림없으니 그리 알라"고만 반복할 뿐이었다.
부인이 그 자리를 떠나가자 궁금해 하던 주위의 사람들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를......
할머니 점쟁이의 설명은 이랬다.
약(藥)자를 보면 풀 草(초)변 아래 白(백)골이 실(絲)에 감겨 나무(木)위에 있는 형상으로
관(棺) 속에 들어가있는 꼴이니, 이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부인을 실망시키기가 어려워, 할머니 점쟁이는 "그냥 잊고 살라고 말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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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 점 "卜(복)" >
옛날 암행어사 박문수가 지방으로 암행감찰을 다니고 있을 무렵
어느 고을에 당도하니 그 고을에는 신통한 점쟁이가 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이는 필시 '혹세무민'하는 자이라 확신하고 는 "내 이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박문수는 모른 척하고는점쟁이에게 다가가 점보기를 청했다.
그러자 그 점쟁이는 박문수에게 좋아하는 글자 하나를 고르라고 하여
박문수는 점을 치러 왔으니 "어디 한 번..." 하면서 점 "卜(복)"자를 골라 잡았다.
그랬더니 그 점쟁이가 대번에,
"아이쿠, 나리! 이곳엔 왠일이십니까?" 하면서 박문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유를 물은 즉 허리에 무언가를 차고 있으니 이는 마패가 분명하고
마패를 찬 분은 틀림없는 어사님이라는 것이었다.
"옛기 여보쇼! 이런 실없는 사람을 보았나. 내가 무슨...!" 하면서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아무래도 우연의 일치인듯 하여 이번엔 지나가는 거지를 불러 돈 한 냥을 집어 주면서
그 거지에게 부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거지는 멀쩡한 옷으로 갈아입고 변복을 한 후 그 점쟁이 한테 다가 가, 시침을 따고는
박문수가 시키는 대로 이번에도 점 "卜(복)"자를 다시 짚었다.
그랬더니 그 점쟁이는 대번에
"이런 거지 나부랭이가 여긴 뭐하러 왔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거지가 펄쩍뛰며, "이 무슨 해괴망칙한 소리냐?"고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그 점쟁이 왈
"아~! 허리에 밥얻어 먹는 바가지를 찼으니 당연히 거지일 수 밖에!"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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