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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의 기록들

함진아비(일명 함재비)

by 까망잉크 2009. 12. 27.

함진아비(일명 함재비)



▲ 함진아비(일명 함재비)

어둠이 내린 초저녁 골목길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있었다.
『函(함) 사세요』
아파트 숲속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어쩌다 들려오면 동네 꼬마들이 신기한 듯 몰려나와 낄낄거리며 기웃거린다.

전통혼례 절차 가운데 하나로 식을 올리기 전에 신랑의 四柱와 청혼서, 분홍 저고리감과 가락지 1쌍을 禮緞(예단)으로 마련하여

사주함에 넣어 신부집에 보낸다. 신랑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함을 진 친구들로 구성된 「함재비」는 함을 그냥 신부집에 내려 놓는 것이 아니라 신부집 앞에서 대문으로 들어서기까지 길에다 돈을 깔게 한다.

이처럼 함값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관습이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왔다. 신부집 앞에서 함재비들이 과도한 함값을 요구하다가 신부집 친인척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신부 친구들의 勸酒(권주)와 아양에 슬쩍 넘어가기도 한다.

이날 함재비를 맞아들였던 신부 친구들도  함재비 측에 「꽃값」을 요구 하기도 한다.

혼례식을 간소화하다 보니 초저녁 골목길에 마주치던 婚前(혼전) 절차인 「함」을 보내고 맞아들이는 함재비 행렬은 이젠  마주치기 힘든 옛추억의 흔적으로 남겨진 이야기이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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