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풍경의 향수에 젖어
나 어릴적에는 동네 사람들 서로가 어울려서 품앗이로 서로서로 이엉과 용구새를 엮고 초가 지붕을 새로 덮었지요
그 옛날 가을이면 타작하고 남은 볏짚으로 이엉 나래와 용구새를 잘 엮어서
나래뭉치는새지붕을 덮고 용마루에는 용구새로 마무리를 합니다
새 짚으로 덮은 초가집이 얼마나 정겨운지 모릅니다
뒷곁 감나무에는 서리맞은 홍시가 입가에 군침이 돌게합니다
한 겨울에는 그득히 쌓아놓은 장작 더미만 쳐다보아도 든든하지요 장독 옆 토담밑에 큰 구덩이를 파고 큰 단지를 묻고 겨울내 먹을 김치를 저장해 두지요
뒷곁의 장독대가 정겹지 않으시나요?
그리고 한 겨울에 담그는 동동주 막걸리 산에서 나무짐지고 내려와 목이 컬컬 할때 한사발의 막걸리는~ 아! 먹고싶다
자~ 친구들 어여와서 한잔 쭉 들게나~
초가집 지붕을 새로 단장하는 날이면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하고 저녁에는 다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으며 막걸리 한잔씩 얼큰히게 하던 기억이 그 때 그시절로 돌아간 환상으로 빠져봅니다
겨울이면 생 솔가지나 장작으로 군불을때고 토방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며 외양간에서 누렁이 소 울음소리 아침 저녁으로 지피는 군불 탁~탁~ 장작 타는소리가 울려퍼지고
봄이되면 달래 냉이 씀바귀 그리고 민들레 꽃잎이 작은 시냇물에 둥둥 떠 내려가고 멀리 앞동산 뒷동산에서 들려오는 종달이를 비롯하여 여러 산새들의 울음소리
담장너머 터밭에 여름이면 탐스런 풋 고추 왜오이 애호박 그리고 옥수수 흙냄새 풀냄새 흘러가는 물소리 가는곳 보는곳 마다 모두가 아름다운 풍경이지요
밭에는 오이며 고구마순 그리고 수박넝쿨이 고개를 쳐들고 치렁치렁 하늘로 올라가려 합니다 몸뻬입고 호미들고 밭을 맬때 이마에 땀이 눈으로 흐를때가 제일 싫었지요
수박밭에는 달덩이만한 수박이 익어가고 둠벙에 가서 담가뒀다가 멱감는 놀이가 끝나고 주먹으로 깨서 먹는 수박의 맛이 으뜸이지요
한여름 고추 밭에는 붉은 고추가 하나둘 익어갑니다 가을을 생각케 하는 붉은고추
노랑 너무나 노랑 참외가 올 여름을 풍성하게 합니다
앵두 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다는 노래도 있었는데
어릴적 시골집은 모두가 하나같이 칫간과 잿간이 항상 공존하고 있었지요
가을 초가 지붕위에는 햐얀 조랑박이 주렁주엉 열려있고
우리집 옆집 또 그옆집 조랑박이 열였네
겨울 초가집 지붕 추녀 끝에는 수정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지요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각시방 영창에 달아 드릴까
우리들은 고드름을 가지고 칼싸움 놀이도 했지요
아침이면 밤새 눈 오줌으로 찌른내가 진동하고 그 요강을 치우려면 오줌이 쭐렁쭐렁 방바닥에 쏟아 본적이 많았지요
방에 둔 오강이 밤새 짤럼거려 마루에다 내놓으면 새벽 찬공기에 얼기가 일쑤였지요
한지 에 코스모스 잎을 수놓아 바른 문풍지 사이와 뚫어진 구멍 사이로 황소 바람이 들어오면 우리들은 서로가 이불 한 가운데 들어가 자려고 밤새 실랑이로 한밤을새웠지요
신발 벗어놓는 댓돌 댓돌밑을 토방이라 한다 그리고 그밑이 마당이죠 깨끗한 흰 고무신이 있고 어머님은 일하다가 더러워진 흰고무신 두켤레와 검정고무신 한켤레를 깨끗이 닦아서 토방벽에 세워놓았고
어린시절 그 소박한 초가지붕 아래서 부모 형제들과 살이왔지요
지금은 아파트 콘크리트 속에 살면서 늘 그기억을 그리워 하며 그 곳을 찾아 오늘도 길을 떠난다
마음이 푸근해 지지 않나요?
볏짚과 황토로 지어진 초가집에 나의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동요노래 그 자체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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