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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정 서너 줌 놓고 가도 괜찮다

by 까망잉크 2010. 7. 29.

 

정 서너 줌 놓고 가도 괜찮다  

머문 풍경  -최 명 숙 -


 

 

소백산 아래 희방사역에는
절집의 풍경 한 마리와
연유없이 정 드는 것들이
살 것 같다

죽령 옛길을 오르다가도
희방의 옛길을 내려가다가도
따뜻한 커피 한 잔에도
쌉쌀한 정이 묻어 있다

아침엔 하행선 두 번
저녁엔 상행선 두 번 내리고 오르면
인연을 다하였다니 기차의 시간을
물을 이유는 없을 듯싶다

희방사역은 덩그마니 눈만 껌벅인다

기다려도 되겠느냐고 물을 필요가 없다
플렛포옴에 앉아서 하품 서너면 하면
철길은 기기재를 펴고
기다리는 줄 안다


가차는 언제쯤 오느냐고 묻지 않아도 된다
여름 소나기 한바탕 자나가고 햇살이 들면
오는 줄 안다


오가지 않은 듯 왔다 가도 그만이다
절집의 풍경을 데리고 소백산 자락으로 올라가도 좋다
잡는 이 보내는 이 없는 무심한 플렛포옴에
정 서너 줌 놓고 가도 괜찮다
그러다가 연유 없는 정이 들어도 좋다


 

출처: http://cafe.munhwa.com/literar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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