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이렇습니다] 야생 멧돼지가 왜 도심까지 내려오나요?

[그것은 이렇습니다] 야생 멧돼지가 왜 도심까지 내려오나요?

• 박은호 사회정책부 기자 unopark@chosun.com

Q: 야생 멧돼지가 왜 도심까지 내려오나요?

야생 멧돼지가 왜 도심에까지 그렇게 많이 나타나고, 아무나 잡을 수 있는지, 잡은 멧돼지는 어떻게 처분하는지 궁금해요. (경기 용인시 독자 )

A: 호랑이 같은 천적 사라져 급증… 먹이 부족해 도심까지 내려와
    사전에 허가받은 경우만 잡아… 멧돼지 상업적 판매는 위법

올 들어 멧돼지가 도심에 출몰하거나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경우가 전국적으로 40여건이나 됩니다. 사람이 멧돼지에 받히거나 차량·시설물 피해 등도 잇따르고, 농작물 피해 규모도 한해 50억원대에 이를 만큼 멧돼지의 습격이 잦아지고 있지요.

국립 생물자원관 김원명 박사는 "멧돼지가 전국적으로 약 30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멧돼지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호랑이 같은 천적이 오래전에 사라져 멧돼지가 이미 국내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오른 데다, 1년에 10마리 안팎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기 때문입니다. 멧돼지가 농가나 도심까지 내려오는 것은 숫자가 늘어 서식지가 넓어진 데다, 먹잇감이 부족해진 게 주된 이유입니다. 사냥꾼이나 사냥개에 쫓겨 마을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는 늘어나는 멧돼지 수를 조절하기 위해 전국 19개 시·군에 수렵장을 개설했습니다. 멧돼지 번식철인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해마다 4개월씩 수렵을 허가해 '멧돼지 사냥'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것이지요. 작년에 이렇게 잡은 멧돼지가 7000여 마리 정도로 추산됩니다. 올해는 1인당 6마리까지 잡도록 했습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멧돼지는 힘이 센 데다 시속 40㎞의 속도로 달릴 만큼 빠릅니다. 따라서 멧돼지를 잡으려면 총기 사용이 불가피합니다. 각 지자체는 이를 위해 총기의 사용·포획 허가를 받은 전문 사냥꾼들을 중심으로 '유해조수 포획단' '멧돼지 기동포획단<사진>' 같은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무 같은 밀렵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길목에 '생포용 포획 틀'을 놓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허가 없이 잡게 되면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됩니다. 특히 사냥한 멧돼지는 '야생동물을 식품이나 축산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현행법에 따라 상업적 유통 및 거래가 금지됩니다. 기본적으로 사냥한 사람이 먹거나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지요. 일부 사냥꾼들은 피해 농가나 마을에 멧돼지 고기를 기부하기도 합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