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러 저런 아야기

[그것은 이렇습니다] 경주박물관 야외 불상들은 왜 머리가 없나요?

by 까망잉크 2011. 1. 31.

[그것은 이렇습니다] 경주박물관 야외 불상들은 왜 머리가 없나요?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Q: 경주박물관 야외 불상들은 왜 머리가 없나요?

국립경주박물관 뜰에는 머리 없는 불상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는데, 왜 불상들의 머리가 없어진 건가요? /서울 서초구 

 

A: 조선시대 억불정책 영향… 도끼·몽둥이 등으로 쳐서 머리를 떼어냈을 가능성 커

1965년 경주 분황사(芬皇寺)를 발굴 조사했더니 뒤뜰의 우물 속에서 통일신라시대의 석불(石佛)들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불상들은 한결같이 목이 잘려져 있었습니다. 지금 국립경주박물관 뜰에 전시된 불상들<사진>이 바로 그것이지요.

불상의 머리는 왜 없어진 걸까요? 우선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먼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를 들 수 있지요. 지진이 나면 받침대 위에 있던 불상이 굴러 떨어지는데, 이때 가장 약한 부분인 목이 부러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또 몽골군의 침입이나 왜란·호란과 같은 전란(戰亂) 때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그렇지만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조선시대 억불 정책으로 일부러 불상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말합니다.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조선왕조실록》에는 땀을 흘리는 불상에 관한 기록들이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유생(儒生)들은 세상을 현혹시키는 것으로 간주해 불상을 파괴했다"고 했습니다.

'현종실록'을 볼까요? "현종 3년(1661) 1월 4일 호남 담양에 있는 보국사(報國寺)의 세 금불상에서 저절로 땀이 흘러나왔다고 감사 이태연(李泰淵)이 급보를 띄워 보고했다." 얼마 후 1월 20일에는 대사간 민정중(閔鼎重)이 임금께 글을 올립니다. "쇠와 흙으로 빚은 불상의 몸체에 이슬기가 맺히는 것을 보고 땀이 흘렀다고 하면서 백성을 현혹시키고 민심을 동요시키고 있으니 그 의도가 매우 삿되고 흉측하기 그지없습니다. 이태연은 엄하게 죄를 묻고, 땀이 흘렀다는 불상은 모두 부수는 한편…."

정동주씨는 '부처, 통곡하다-조선 오백년 불교탄압사'(이룸)라는 책에서 "땀 흘리는 불상에 대한 대응책은 크게 3가지였다"면서 "목불(木佛)은 태워버렸고, 석불이나 금동불은 깊은 강물이나 바다에 던져버렸다. 다른 하나는 도끼나 몽둥이로 불상의 목 부분을 쳐서 머리를 떼어내는 것이었다"고 썼습니다.

분황사 우물 속에서는 머리가 없는 불상의 몸체에 비해 적은 수의 머리가 발견됐습니다. 이 불상들은 머리가 잘리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깊은 우물 속에 버려지는 이중의 수난을 겪었다고 볼 수 있지요.

 

출처:조선임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