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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시월

by 까망잉크 2011. 10. 31.

 


 시월  / 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올리


시월의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오늘따라 단풍은 더 붉게 물들고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제 품을 감싸안습니다. 저리 아름다운 자태로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보듬는 산.울긋불긋 생(生)의 겉옷을 벗고 다시 하늘을 향해 홀로 선 나목(裸木).그 이마에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며 우리도 시인처럼 '깊고 푸른 허공'에 빛나는 정신의 화살을 쏘아올리고 싶습니다. 지난 여름 울창했던 잎들이 지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새로운 내일준비하는 것과 같이.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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