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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by 까망잉크 2012. 2. 12.

길 - 경주남산

                                정일근



마음이 길을 만드네

그리움의 마음이 없다면

누가 길을 만들고

그 길 지도 위에 새겨놓으리

보름달 뜨는 저녁

마음의 눈도 함께 떠

경주 남산 냉골 암봉 바윗길 따라

 돌 속에 숨은 내 사랑 찾아가노라면

산이 사람에게 풀어 놓은 실타래 같은 길은

달빛 아니라도 환한 길

눈을 감고서도 찾아 갈 수 있는 길

사랑아, 너는 어디에 숨어 나를 부르는지

마음이 앞서서 길을 만드네

그 길 따라 내가 가네.


보름달이 환하게 뜬 저녁, 실타래 같은 길을 따라 둥근 발자국 찍으며 달빛이 앞서 걷습니다. ‘돌 속에 숨은 내 사랑’을 찾아가는 경주 남산 암봉 바윗길.

‘그리움의 마음’이 이미 만들어 놓은 그 길은 지도에도 새겨져 있고 달빛 없이도 눈 감고 찾아갈 수 있건만, 찾을 수 없는 내 사랑은 어디에 숨어 나를 부르는지….

그대가 없는 길은 어느 곳에서든 의미 없는 허행(虛行)의 길. 그리움이 만드는 새 길을 따라, 마음이 앞서 걷는 그 길을 따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찾아갑니다.

‘보름달 뜨는 저녁 마음의 눈도 함께 떠’ 더욱 안타까운 그 길을.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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