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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사랑한다는 것

by 까망잉크 2012. 6. 29.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결혼하는 후배가 청첩장에 담아 보낸 시입니다. 민들레 한 꽃잎이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사는 것처럼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 한 점 꽃잎이 온 세상을 가득 받치고 피어나듯, 우리가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스스로 뜨거워지듯, 서로가 서로의 세상을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곧 그대와 나의 길이고 두 몸이 한 몸 되는 길이며 맨 처음가장 나중 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새벽을 향해 첫걸음을 시작하는 바로 이곳이 언젠가 이렇게 만나게 될 오늘을 기다리며 그대가 먼저 뿌려놓은 민들레 꽃씨 자리였다는 것도.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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