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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뉴스

대인지뢰 경고판

by 까망잉크 2018. 9. 3.

 

 


 


△ 사진: 경기도 파주의 지오피 철책선 순찰로 옆에 설치된 . 서재철 제공

○··· 독일은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그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한다. 독일은 환경생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냉전의 해체를 예상하지 못했기에 동서독 경계선의 보전과 이용은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못한 것이다. 동국대 오충현 교수(바이오환경과학)는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비무장지대의 미래를 고민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전과 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환경부와 산림청의 체계적인 준비가 비무장지대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H4문화유산과 생태유산을 하나로
◇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의 생태축이다. 백두대간이 한반도 생태환경의 종축이고 비무장지대는 횡축이다.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생태계의 허파다. 정부는 2002년부터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 관점에서 국토의 보전과 이용의 기준과 원칙을 설정했다. 그래서 비무장지대를 가장 중요한 중추로 삼고 그 보전을 천명했다. 백두대간은 백두대간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 반면 비무장지대는 아직 보호장치가 없다. 비무장지대는 백두대간보다 폭이 훨씬 좁다. 생태축으로의 기능, 국제적인 관심에 걸맞은 보전과 이용을 도모하려면 더 이상의 축소와 훼손은 막아야 한다.<△ 사진:> 남방한계선을 따라 이어진 철책선은 두겹의 이중 철책선으로 되어 있다. 철책선 바로 뒤로 순찰로가 이어져 있다. 국방부의 협조만 있으면 생태관광의 코스로 이용하기에 적절하다. 서재철 제공

○··· 동서독 국경 철책선·장벽·군시설 /통일 뒤 모두 걷어내 흔적 없어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 이후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긴장완화와 군축, 사회적으로는 평화적 이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실과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통일부는 비무장지대를 활용하는 것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도 각별하다. 다른 나라의 언론인이나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로 비무장지대를 꼽는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막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비무장지대를 개발하겠다는 온갖 구상이 쏟아지고 있다.


미확인지뢰지대에서 제거 중인 M16대인지뢰의 뇌관. 녹색연합 제공

○··· 황당한 계획도 일부 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비무장지대 내부에 도시나 근린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기관이나 국책연구소에서도 유포되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미래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개발도 비무장지대 밖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비무장지대를 인류의 유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지구상의 국경 중에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군사적인 대치 수준, 군사시설 밀집도 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비무장지대 내부와 지오피(GOP·전방초소) 철책선에 있는 길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


△ 사진: 미확인지뢰지대에서 제거한 M14대인지뢰. 일명 ‘발목지뢰’로 불린다. 재질이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탐지가 까다롭다. 녹색연합 제공

○··· . 1953년 7월27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국군 장병들이 밤낮으로 이 길을 다녔다. 완전무장을 하고 주야로 군인들이 다닌, 지구상에 거의 마지막 남은 냉전의 길이다. 인민군이 주야로 다닌 북방한계선의 철책선 순찰로도 마찬가지다.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따라 온갖 군사시설이 밀집돼 있다. 벙커와 교통호, 각종 초소와 오피(OP·관제초소), 그리고 수많은 소초 등이 있다. 이 모두가 문화적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냉전의 유산이다. 또한 생태적인 관점에서 보면 동아시아 온대지역의 자연과 산림을 오롯이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온갖 자연과 산림의 모습을 상세히 볼 수 있다.


△ 사진: 강원도 연천군 중면의 군사시설에 설치된 대인지뢰 경고판. 서재철 제공

○···지구상에서 역사적 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세 곳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일본의 구마노고도, 중국의 차마고도다. 산티아고는 가장 유명한 종교의 순례길이다. 중국의 차마고도는 중세의 교역로이자 참배길이다. 일본의 구마노고도는 일본 전통불교의 산중 참선과 수행자의 순례길이다.산림청 전범권 북부지방산림청장은 “비무장지대 이용 방안 중에 일반인들이 걸을 수 있도록 트레일을 조성하는 것이 매력적인 접근 방안이다. 산림청은 2011년부터 양구지역을 중심으로 비무장지대 둘레길의 시범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 ‘비무장지대 트레일’은 현실적인 방안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관리할 때도 지속가능성이 높은 접근이다. 대규모 개발을 중심으로 한 천박한 관광이 아닌, 있는 그대로 자연을 보전하는 방안이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뉴질랜드 밀퍼드트랙 등을 비롯해 다양한 모델이 있다. △ 사진: 비무장지대 일대에는 많은 군사시설들이 조성돼 있다. 군축으로 군사시설의 효용이 적어지더라도 철거할 것이 아니라 현장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재철 제공.

○···앞으로 남북관계의 개선과 국방부와의 협조가 이뤄지면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비무장지대 트레일을 조성할 것이다. 지리산둘레길과 울진금강소나무숲길처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보전적 이용의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곳은 세계자연유산 또는 세계문화유산이면서 고품질의 생태관광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사진: 강원도 연천군 중면의 민북지역에 부착된 대인지뢰 경고판. 서재철 제공

○··· 이런 곳의 특징 중 하나가 생태유산과 문화유산을 전혀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보전하는 원칙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모든 관광과 관련된 행위와 이익의 중심에 지역주민이 자리잡고 있다. 대규모 시설이나 리조트 중심의 관광은 현지 주민들을 주변부로 전락시킨다.한반도 정전체제는 20세기 냉전의 유산이다. 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 사진: 강원도 철원의 민통선 초소 앞에 전시된 실물 크기 지뢰 모형. 민북지역 영농인의 출입이 빈번한 곳은 이렇게 지뢰와 불발탄의 모형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 서재철 제공

○··· 평화협정을 통해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냉전의 현장을 인류의 평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복합유산(자연유산+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 비무장지대는 국제적인 생태보고로서의 세계자연유산과 20세기 전쟁과 냉전의 현장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이 결합된 세계복합유산이 될 수 있다. 이것이 한반도의 비극을 인류의 유산으로 승화시키는 접근이다. 원본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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