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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247)빌린 돈 갚기

by 까망잉크 2018. 11. 9.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247)빌린 돈 갚기




만날 강 첨지에 이용당하는 우 생원

사별 후 새장가 들지 않고 혼자 살다 어느 날 죽마고우 강 첨지네로 가는데…
 


우 생원과 강 첨지는 동갑에 어릴 적부터 앞뒷집에 사는 둘도 없는 불알친구다. 우 생원과 강 첨지는 모습과 행동거지가 딴판이라 사람들은 둘이서 어떻게 한평생 친구로 지낼까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어리숙한 우 생원은 생긴 것부터 두루뭉술하고 영악스러운 강 첨지는 성격도 생긴 대로다. 우 생원은 허구한 날 강 첨지의 봉이 되고도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덤덤하고 강 첨지는 어릴 적부터 우 생원 등쳐먹는 재미로 살아왔다.

열서너살 때의 일이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장날, 갑자기 강 첨지가 엿장수의 엿상자에서 엿을 한움큼 움켜쥐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엉겁결에 우 생원도 강 첨지를 따라서 달아났다. 날쌘 강 첨지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굼뜬 우 생원만 잡혀서 두들겨 맞고 엿값도 물어줬다.

나중에 만난 강 첨지가 조끼 주머니에서 엿 한자락을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 “너는 행동이 느려서 탈이야.” 구박까지 줘도 우 생원은 몇마디 구시렁거리는 걸로 마무리 지어버렸다.

어느 여름날 밤 우 생원은 강 첨지 손에 이끌려 이웃집 토담을 넘었다. 뒤꼍 토란밭에 숨었다가 그 집 아지매가 우물가에서 벌거벗고 목간하는 걸 실컷 구경하고 강 첨지에게 10전을 빼앗겼다. 꾀가 똑똑 흐르는 강 첨지는 우 생원만 우려먹는 게 아니었다.

서당의 머리통이 익은 애들에게도 토란밭에 숨어 목간하는 아지매를 구경시켜주고 관람료를 받아 챙겼다. 훈장님이 붓과 먹을 사 오라고 심부름시키면 강 첨지는 다섯냥을 주고 사 왔으면서도 여섯냥을 줬다 하고 한냥을 떼어먹었다.

세월이 흘렀다. 강 첨지와 우 생원은 사십대 초반이 됐다. 인생의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둘은 여전히 절친한 친구 사이로 주막에서 탁배기잔을 부딪친다.

강 첨지는 유기점을 하고 우 생원은 지물포를 생업으로 하며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둘 다 상처(喪妻)를 하고 홀아비가 됐다가 강 첨지는 젊은 재취를 들였지만 우 생원은 아직도 새장가를 가지 않았다.

어느 장날 우 생원이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지물포를 사동한테 맡겨놓고 집으로 향했다. 제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앞집 강 첨지네 집으로 들어갔다. 재취로 들어온 강 첨지 부인이 환한 웃음으로 맞았다.

“장날 대낮에 어쩐 일이세요?” 우 생원이 우물거리며 답했다. “강 첨지를 만나기로 했는데….” 강 첨지 부인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이 장날이라 지금쯤 집에 불이 나도 못 올 건데….” 마루 끝에 두 사람이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생원님은 왜 새장가를 안 가세요?” “형수님 같은 여자를 만날 수 있어야지요.” 강 첨지의 생일이 두달 빠르다고 우 생원은 강 첨지 재취 부인을 깍듯하게 형수라 불렀다.

우 생원이 강 첨지 부인 손목을 잡고 손바닥을 펴게 해서 스무냥을 쥐여주자 강 첨지 부인이 눈을 왕방울만 하게 떴다. 우 생원이 말했다. “형수님, 부탁입니다. 한번만 만지게 해주세요.” “뭣을요?” “형수님 가슴을.” “어머머.” 강 첨지 부인은 물러앉으면서도 돈 스무냥은 꼭 쥐고 있었다.

노랑이 강 첨지한테 돈 한푼 받아본 적 없는 강 첨지 부인은 홍당무가 돼 고민을 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딱 한번만이요.” 평소에 느려터진 우 생원이 잽싸게 저고리 속으로 손을 넣어 유방을 한번 만지고 얼른 손을 뺐다.

이번에는 오십냥을 강 첨지 부인 손에 쥐여주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주물렀다. 백냥을 손에 쥔 부인은 와들와들 떨었다. 우 생원은 부엌으로 데리고 간 부인에게 두손으로 부뚜막을 짚게 하고 뒤에서 치마를 걷어 올려 일합을 했다.

우 생원은 허리춤을 올리며 지물포로 돌아갔다. 저녁에 장이 파하고 강 첨지와 우 생원은 주막으로 향했다. “자네 지난 그믐날 빌려간 백오십냥 오늘 갚는다고 했지?” 우 생원이 태연히 답했다. “자네 집사람에게 줬네.” 강 첨지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집으로 가 재취 부인에게 물었다. “우 생원에게 백오십냥 받았어?” 혼비백산 놀란 부인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졌다.

맘씨 좋은 우 생원은 그래도 형수에게 스무냥은 남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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