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환의 시간여행] 村老들, 햅쌀·산삼 등 대통령에게 진상… 청와대행 햅쌀
1957년 10월 13일 부산수산대 학생들이 대만 해역에서 원양 항해 실습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2m70㎝ 길이의 청새치를 잡았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잡은 그 물고기다. 이 초대형 물고기는 누구의 손에 들어갔을까? 이승만 대통령에게 선사됐다. 언론은 "대학 측이 진기한 고기를 대통령에게 진상(進上)했다"고 보도했다. 귀한 먹거리나 약재를 손에 넣은 국민이 이를 대통령에게 바치는 일은 50, 60년 전엔 1년에 한두 차례씩 보도됐다. 그때마다 언론은 '임금에게 바친다'는 뜻의 '진상'이라는 단어를 썼다. 표현은 그렇게 했어도, 옛날 사또들이 왕에게 잘 보이려고 산해진미를 바쳤던 그런 진상과는 달라 보인다. 1957년의 '청새치 진상'에선 대한민국 사상 두 번째의 원양 항해선이 거둔 쾌거를 자랑하려는 학생들 마음과, 그 성공을 기뻐하는 대통령의 마음이 읽힌다. 마치 1975년 12월 3일 포항 부근 바다에서 소량의 석유를 발견한 탐사팀이 기름 한 드럼을 청와대로 보낸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귀한 먹거리를 보낸 일이 최초로 보도된 건 1949년 1월이다. 어느 고등학생이 얼음낚시로 길이 약 97㎝나 되는 금잉어를 낚아 선사했다. 그해 10월엔 한 농민이 햅쌀 석 되를 경무대(청와대의 전신)로 보낸 일도 있다. 물론 일부 고관의 진상 중엔 순수성이 의심되는 것들이 있었다. "자유당 때는 농민이 산삼만 발견하면 도백들이 강제로 이 대통령에게 헌납하게 하고 그 대가로 큰 감투를 쓰는 일이 흔히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경향신문 1961년 10월 7일자). 실제로 강원도 지사 시절 '어린애만 한 산삼'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바쳤던 모씨가 훗날 장관으로 발탁된 일은 구설에 올랐다.
이에 비하면 촌로들이 산삼, 약초를 대통령에게 선물한 일은 나라의 건강을 위해 지도자가 건강하라는 순수한 행위처럼 보인다. 1954년 가을 산삼 6뿌리를 캔 강원도의 노인은 3박 4일을 걸어 상경해 대통령에게 바쳤다. 이승만 대통령은 농민들의 산삼 선물이 이어지자 1956년엔 한 농민에게 현금과 광목 3필을 답례로 보냈다.
대통령에 대한 선물을 둘러싼 소동도 있었다. 1964년엔 지방의 한 노인이 청와대로 들고 온 산삼이 가짜로 드러났다. 감정 결과를 듣고 노인이 맥이 풀려 주저앉아버리자 청와대 측은 노인에게 촌지까지 주며 달래 보내야 했다. 1971년 7월 12일엔 전국 최초로 햅쌀을 수확했다는 농민이 그중 2말을 청와대로 보냈으나 순 햅쌀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급히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도자가 국민에게서 귀한 먹거리를 넙죽넙죽 받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된장찌개같이 단출한 음식을 좋아한다"며 청와대 식사에 관해 "대통령이라고 좋은 음식을 주셔서 살이 찔까 걱정"이라고 얼마 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일반 직원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신경 써서 마련한 대통령 메뉴가 약간 부담스럽다는 표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입맛을 탐하는 호화판 식도락이 아닌 다음에야 지도자가 좋은 정치를 위해 좋은 음식을 먹는 걸 탓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왕의 건강이 나라의 명운(命運)이니 최선을 다해 음식으로 보살펴야 한다"던 옛 원칙은 오늘의 대통령에게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국민이 대통령에게 귀한 먹거리를 보낸 일이 최초로 보도된 건 1949년 1월이다. 어느 고등학생이 얼음낚시로 길이 약 97㎝나 되는 금잉어를 낚아 선사했다. 그해 10월엔 한 농민이 햅쌀 석 되를 경무대(청와대의 전신)로 보낸 일도 있다. 물론 일부 고관의 진상 중엔 순수성이 의심되는 것들이 있었다. "자유당 때는 농민이 산삼만 발견하면 도백들이 강제로 이 대통령에게 헌납하게 하고 그 대가로 큰 감투를 쓰는 일이 흔히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경향신문 1961년 10월 7일자). 실제로 강원도 지사 시절 '어린애만 한 산삼'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바쳤던 모씨가 훗날 장관으로 발탁된 일은 구설에 올랐다.
이에 비하면 촌로들이 산삼, 약초를 대통령에게 선물한 일은 나라의 건강을 위해 지도자가 건강하라는 순수한 행위처럼 보인다. 1954년 가을 산삼 6뿌리를 캔 강원도의 노인은 3박 4일을 걸어 상경해 대통령에게 바쳤다. 이승만 대통령은 농민들의 산삼 선물이 이어지자 1956년엔 한 농민에게 현금과 광목 3필을 답례로 보냈다.
대통령에 대한 선물을 둘러싼 소동도 있었다. 1964년엔 지방의 한 노인이 청와대로 들고 온 산삼이 가짜로 드러났다. 감정 결과를 듣고 노인이 맥이 풀려 주저앉아버리자 청와대 측은 노인에게 촌지까지 주며 달래 보내야 했다. 1971년 7월 12일엔 전국 최초로 햅쌀을 수확했다는 농민이 그중 2말을 청와대로 보냈으나 순 햅쌀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급히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도자가 국민에게서 귀한 먹거리를 넙죽넙죽 받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된장찌개같이 단출한 음식을 좋아한다"며 청와대 식사에 관해 "대통령이라고 좋은 음식을 주셔서 살이 찔까 걱정"이라고 얼마 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일반 직원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신경 써서 마련한 대통령 메뉴가 약간 부담스럽다는 표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입맛을 탐하는 호화판 식도락이 아닌 다음에야 지도자가 좋은 정치를 위해 좋은 음식을 먹는 걸 탓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왕의 건강이 나라의 명운(命運)이니 최선을 다해 음식으로 보살펴야 한다"던 옛 원칙은 오늘의 대통령에게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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