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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위 로

by 까망잉크 2021. 11. 15.

 

 

위 로  /  윤동주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 보고 있는데

나비 한 마리가 꽃밭으로 날아 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다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 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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