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로 / 윤동주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뒤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 놓았다.
옥외 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 보고 있는데
나비 한 마리가 꽃밭으로 날아 들다
그물에 걸리었다.
노란 날개를 파득거려도 파득거려도
나비는 자꾸 감기우기만 한다.
거미가 쏜살같이 가더니
끝없는 끝없는 실을 뽑아
나비의 온몸을 감아 버린다.
사나이는 긴 한숨을 쉬었다.
나이보다 무수한 고생 끝에
때를 잃고 병을 얻은 이 사나이를 위로할 말이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 밖에
위로의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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