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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

금강송

by 까망잉크 2022. 3. 8.

금강송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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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07 23:55:03 수정 : 2022-03-07 23:55:03

 

소나무는 우리의 기상과 절개, 지조 등을 상징하는 나무다. 소나무의 다른 이름인 ‘솔’은 ‘으뜸’을 뜻한다고 한다. 나무 중에 으뜸인 것이다. 추위에 강해 겨울철에도 제 모습을 간직하므로 매화·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에 포함된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 유배 중에 그린 ‘세한도(歲寒圖)’에서 소나무의 푸른 기상을 통해 선비 정신을 기렸다. 작가 신영복은 잠언집 ‘처음처럼’에서 “꼿꼿이 선 채로 겨울과 싸워 온 소나무 잎새에 가장 먼저 봄빛이 피어난다”고 했다. 예부터 장수를 의미하는 나무여서 해, 산, 물, 돌,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과 함께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꼽혔다.

생태사학자 강판권은 저서 ‘선비가 사랑한 나무’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소나무를 비롯한 우주목(宇宙木) 혹은 세계수(世界樹)는 인류의 정신적 표상”이라며 “나무는 하늘이 부여한 본성, 즉 천명(天命)대로 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나무처럼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이치이고, 이 같은 이치가 곧 우주의 원리”라고 했다.

소나무 중에서 유난히 가지가 곧게 자라 훌륭한 목재로 손꼽히는 게 금강송(金剛松)이다. 금강산을 중심으로 태백산맥을 따라 강원도 일대에서 자라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금강송은 더디게 자라므로 나무 조직이 조밀하고 송진 함유량이 많아 잘 썩지 않는 데다 강도가 높아 갈라지지 않는다. 궁궐과 왕실 전용 목재여서 백성이 도벌하지 못했기에 금송(禁松)이라고도 했다.

경북 울진의 금강송은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의 원형으로, 가장 혈통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의 금강송 군락지는 2247㏊의 면적에 수령 200년 넘는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있다. 국내 유일의 육종 보호림이다. 차세대 금강송도 자란다. 가히 금강송의 바다라 할 수 있다. 2008년 숭례문 화재 후 복원 사업에 쓰인 나무도 이곳의 금강송이다. 이 금강송 군락지가 동해안 산불로 위협받고 있다. 한때 화마(火魔)가 금강송 군락지 인근 500m 지점까지 접근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림당국이 속히 불머리(화두·火頭)를 잡고 산불을 차단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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