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박인환 詩 《세월이 가면》은
1956년에 시인 박인환이
쓴 작품입니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술값이 없었는데
시로 대신해 달라는 술집
여주인의 부탁으로 지어진
즉흥시라고 하네요.
1976년 박인환의 추모시진
《목마와 숙녀》에 수록된
시의 원문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기억이 있을 텐데요,,
사랑했던 시간들은 세월이 지나면
퇴색되어도 함께 했던 장소와 시간들
사랑했던 느낌들은 가슴에 남아 있다는
애상적인 시입니다.
박인환 詩 《세월이 가면》에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가슴에 남아 있는 사랑,,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보고
싶어지는 그리움이 있다면,
그 그리움을 놓아 주는 것도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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