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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가족사진 찍다

by 까망잉크 2023. 3. 10.

[이 한편의 시조] 가족사진 찍다 /박홍재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기획

입력2023.03.09. 오전 3:04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 선 아들딸들

웃음은 어디 가고 노려보듯 부릅뜬 눈

웃어요! 소리 질러도 더 굳어진 얼굴들

눈매가 닮고 닮아 누가 봐도 한식구다

어린 손자 엉뚱한 짓에 활짝 웃는 그 순간을

잡았다, 찰칵 소리가 길이 남을 웃음꽃

사진에 찍히면 왠지 영혼을 빼앗긴다고 생각해 표정이 굳어진 시절이 있었다. “웃어요!”라고 몇 번을 말해도 ‘찰칵’하고 셔터를 누르는 찰나 희한하게도 눈은 부릅뜨고 입술은 닫히고 만다.

색 바랜 가족사진을 보면 무뚝뚝한 얼굴들이 마치 붕어빵인듯 줄지어 서 있다.

합계출산율 역대 최하를 기록한 이즈음, 시인은 가족사진을 찍는 순간을 포착하여 경종을 울린다. 어린 손자의 천진난만한 재롱에 근엄한 할아버지도 속수무책 감춰둔 웃음보를 들추어내실 게다.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출산하는 시대이지만 어린 아이들은 마냥 우리를 웃음웃게 한다. 그리고 미래의 주인이 선사한 그 웃음꽃은 가슴 속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

민달 시조시인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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