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7회) 구름 궁전
입력: 2020. 10. 13. 17: 53
![](https://blog.kakaocdn.net/dn/q1Q6F/btr8Iufjg7v/Vk0vj4gyyn5pveUaWjZGUk/img.jpg)
그림 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황제가 산다는 궁궐과 같은 어마어마한 집이었다. 두더지 부부는 과연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구름님이 사는 집은 저렇게 크고 좋구나하고 생각하며 딸이 구름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아득히 먼 외줄기 먹장 구름길을 걸어 이윽고 하얀 뭉게구름 대문 앞에 도착하니 미꾸라지 수문장이 두더지 부부를 가로막았다.
“운천국 구름 궁전에 오신 분들은 누구신가요?”
“우리는 저기 아득히 먼 서쪽 덕룡산 미륵사 미륵님 밑에 집을 짓고 사는 두더지 부부입니다. 구름님을 만나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 먼 길을 왔으니 제발 만나게 해주십시오.”
두더지 영감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시군요. 이곳으로 오십시오.”
미꾸라지 수문장은 가물치 집사에게 안내를 해주었다. 가물치 집사를 따라 들어가 너른 응접실 구름 방석 위에 앉자 두더지 부부에게 붕어 시녀들이 점심을 내왔다. 두더지 부부는 맛있게 점심을 먹고 구름님을 기다렸다. 가물치 집사 말에 의하면 구름님은 지금 일을 나가 세상을 한 바퀴 돌아다니며 목마른 나무와 곡식들, 그리고 짐승들에게 한바탕 단비를 내려 주고 있다고 했다.
오후 늦게 일을 마친 구름님이 돌아왔다. 구름님은 뜻밖의 손님에 반가워하며 두더지 부부를 만나러 나왔다. 검은 먹구름 옷을 걸친 하얀 얼굴의 구름님은 과연 그 위세만큼이나 잘 생기고 부드러운 인상에 포근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금빛 은빛 잉어 시녀가 차를 들고 나왔다. 차를 마시며 구름님이 말했다.
“덕룡산 미륵사 미륵님은 제가 한 달에도 서너 번씩 내려가 만나는 분인데 그 먼 곳에 사시는 분이 이곳까지 오시다니 어인 일이십니까?”
“구름님, 저희는 아들 열에 딸 하나를 낳아 길렀는데, 아들 열은 다 짝을 만나 결혼을 시켜 주었으나 끝에 낳은 딸이 하나 있어 아직 혼인 전인데 기왕이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위를 얻고자 생각한 끝에 하늘의 해님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분이라 생각하고 해님을 찾아가 우리 사위가 좀 되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런데 해님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은 자신이 아니라 바로 구름님이라고 하여 이렇게 왔지요.”
두더지 영감은 지나온 과정을 소상히 이야기했다.
“허허! 그러한 연유로 두 분께서 이렇게 저를 찾아오셨군요.”
구름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8)풍천국(風天國)
![](https://blog.kakaocdn.net/dn/kFTNK/btr8Ixb3bJl/dQh9fGNp0qWeIM5xWNlP30/img.jpg)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구름님, 이 늙은 부부의 부모 된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부디 청을 들어주어 제 딸아이의 배필이 되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우리 딸은 세상에서 제일 마음씨 곱고 예쁜 색시랍니다.”
두더지 영감은 간곡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구름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두 분께서는 잘못 찾아오셨군요. 사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자가 아니랍니다.”
“에잉! 저 하늘의 해님이 우리에게 거짓을 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그 말을 들은 두더지 부부는 순간 깜짝 놀란 눈빛으로 구름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제 스스로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은 바로 바람님입니다. 저를 움직이는 것은 바람님이니까요. 바람님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이지요.”
“아!.....” 그 소리를 들은 두더지 부부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바람님이 아닌가!
“바람님은 여기서 천리 길 북쪽 얼음 바다 끝 풍천국(風天國)에 살고 계신답니다. 두 분께서는 늦기 전에 어서 그리로 바람님을 찾아가 보시지요.” 구름님이 은근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말했다.
두더지 부부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구나’ 하고 생각하며 구름님에게 얼른 작별인사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가도 가도 아홉 겹 칠흑 안개의 바다 운천국을 부리나케 빠져 나오며 두더지 부부는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여기서부터 천리 길 북쪽 얼음 바다 끝에 있다는 풍천국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성큼 찾아온 겨울이 드세었다. 늦가을 된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고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깊은 동면으로 들어가 버렸다. 감나무 끝에 까치밥 하나 붉게 달린 찬 하늘을 바라보면서 쌩쌩 겨울바람 사납게 불어오는 북쪽을 향해 얼굴을 목도리로 감싸고 두더지 부부는 하염없이 걸었다. 하늘에는 기러기, 고니, 오리, 까마귀 등 겨울 철새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아마도 눈이 퍼부을 기세였다. 동네 앞에서 연을 날리는 조무래기들은 신명이 나서 떠들며 팽이를 치고 얼음을 지친다지만 늙은 몸에 한기가 스치니 두더지 부부는 금방 쓰러질 듯하였다. 그렇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기어이 풍천국에 가서 세상에서 힘이 가장 센 바람님을 사위로 얻어야만 했다. 두더지 부부가 북쪽 얼음 바다 끝에 도착한 것은 겨울이 한창 깊은 때였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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