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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5/6

by 까망잉크 2023. 4. 11.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5회) 구름님

2020. 10. 11. 18: 43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어서 오십시요. 저를 만나기 위하여 먼 길을 오셨다지요?”

“예, 해님! 이 늙은 두더지 부부가 해님에게 부탁이 있어 이렇게 먼 길을 왔군요.”

해님은 가재 시녀에게 차를 내오게 해서 두더지 부부를 대접하며 말했다.

“덕룡산 미륵사 미륵님은 하루에 한 번 씩 내가 내려다보고 지나가는데 저에게 무슨 부탁이 있어 그 먼 길을 오셨나요?”

“실은 저에게는 아들 열에 딸 하나가 있지요. 그런데 저.........”

두더지 영감이 해님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들어주실 수 있는 일이라면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주저하지마시고 말씀해 보시시오.”

해님이 점잔하게 말했다.

“내 그럼 말씀 드리리다. 아들 열은 다 결혼 시켜 잘 살고 있는데 끝에 낳은 예쁜 딸 하나를 아직 상대를 고르지 못해 혼례식을 올려주지 못하였소. 그래서 늙어 언제 황천길 객이 될 줄 모르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게 걱정이 되어 우리 부부가 의논한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윗감을 골라 딸의 배필로 삼아 주기로 했소. 그렇게 몇 달을 고민한 결과 하늘의 해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이렇게 내 딸의 배필이 되어 주시라 부탁하러 먼 길을 왔소. 그러니 해님 우리 부부의 부탁을 거절하지 말고 우리 사위가 되어 주시오.”

두더지 영감은 부부가 먼 길을 온 까닭을 말하고는 해님에게 간절히 부탁 했다. 그 말은 들은 해님은 한동안 말없이 두더지 부부를 쳐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두 분의 뜻은 잘 알아들었습니다. 저도 두 분의 뜻을 들어주고 싶으나 실은 저는 세상에서 힘이 제일 센 것이 아니랍니다.”

뭐라고? 이 말을 들은 두더지 부부는 커다란 쇠망치로 쿵하고 머리라도 얻어맞은 양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혼미해져버렸다.

“해님! 그 무슨 말씀인가요? 땅이나 파먹는 하찮은 두더지라고 해서 우리 집 사위가 되기 싫은 게요 그래서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것인가요? 부디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우리말을 거절하지 말아주시오.” 두더지 영감은 혼미한 정신을 겨우 가누며 힘주어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두 분은 잘 들어보십시오. 저는 날마다 하늘에 그냥 높이 떠 있을 뿐이랍니다. 그런데 그때 만약 구름님이 내 얼굴을 쓰윽 가려버리면 저는 꼼짝도 못하고 구름님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은 구름님이 아니겠습니까! 두 분께서는 어서 구름님을 찾아가서 잘 부탁해 보십시오.”

해님의 말을 들은 두더지 부부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해님 말이 맞지 않는가!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6회) 운천국(雲天國)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두더지 부부는 하마터면 자신의 딸을 해님에게 줄 뻔 하였구나하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해님의 집을 부랴부랴 빠져 나왔다.

어서 구름님을 찾아 가야 했다. 그런데 구름님은 어디에 살고 있단 말인가? 해님 말에 의하면 구름님은 남쪽으로 천리 길 바닷가 운천국(雲天國)에 살고 있다지 않는가! 두더지 부부는 구름님이 산다는 운천국을 향해 서둘러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두더지 부부는 염천국을 빠져 나와 이제는 남으로 운천국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딸의 배필을 구하기 전에는 절대로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두더지 부부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더지 부부가 갖은 고생을 하며 천리 길을 걸어 남쪽 바닷가에 도착할 때는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었다. 들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추수가 한창이었고, 밭에 콩, 수수, 옥수수들이 익어 풍요로운 들길의 연속이었다. 산에는 산열매들이 익고 나뭇잎들이 가을빛으로 울긋불긋 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겨울을 준비하는 산짐승들의 발걸음도 바빴다.

밤알이나 도토리를 줍는 다람쥐, 논에 나락 알을 훔치는 참새 떼, 이를 하얗게 내고 웃는 허수아비, 보랏빛 쑥부쟁이에 샛노란 들국화가 핀 가을 길을 걸어서 이윽고 남쪽 바다에 닿은 두더지 부부는 하늘에 빨갛게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보고 감과 배들이 주렁주렁 익고 있을 고향집을 떠올려 보았다.

열 아들은 번갈아 가며 논밭의 곡식들을 잘 거두어 들였는지, 집에서 보던 그 하늘과 산과 들은 잘 있는지 그리움이 자꾸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런 감상에 젖을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딸의 배필을 구해 열여덟을 넘기기 전에 결혼식을 올려주는 것이 더 큰일이었다.

두더지 부부는 길가는 수염이 허연 메뚜기 영감에게 말했다.

“영감님, 여기 운천국 가는 길이 어딥니까?”

“허허! 운천국을 찾아가시는 객들이신가 보군요. 운천국은 저기 산 너머 칠흑보다 더 새까만 안개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거기 있다오. 너무 어두워 길이 안보일 테니 횃불을 준비해 가십시오.”

메뚜기 영감은 맑은 눈을 반짝거리며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두더지 부부는 횃불을 준비해 들고 산 너머 운천국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과연 운천국 가는 길은 짙은 안개로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서 힘이 제일 센 구름님을 만나 사위로 삼아야 할 것이었다. 두더지 부부는 힘을 내서 횃불을 부여잡고 안개 속을 한 걸음 한 걸음 헤쳐 나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더 이상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만큼 걸었을 때 갑자기 눈앞이 훤해 지더니 저 멀리 외길을 따라 솜털구름, 새털구름, 먹장구름 등 각종 구름으로 만든 대궐같이 커다란 집이 나타났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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