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3) 금시발복(今時發福)
입력 2020. 11. 23. 18: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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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예! 실은 아버지가 올봄에 돌아가셨는데 묘 자리를 잡지 못해 아직 장사를 지내지 못하고 시신을 그냥 이엉을 엮어 초분(草墳)을 만들어 덮어 놓았지요.”
나무꾼총각이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내 좋은 묘 자리를 하나 보아 줌세. 따라 오게나.”
도선은 나무꾼총각이 누룽지를 준 것이 너무 고마워 명당자리를 하나 잡아 주려고 했던 것이다. 이리 저리 산세를 살피며 나무꾼총각을 데리고 가던 도선이 산자락 아래 큰 소나무 잔디밭 양지바른 어느 한곳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여기네. 이 자리에 아버지 무덤을 쓰면 금시발복(今時發福) 할 것이야!”
“아이구! 어르신, 이 자리가 그렇게 좋은 자리인가요?”
나무꾼총각이 놀란 눈빛으로 도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네. 이곳에 아버지를 모시게. 그러면 나무를 하지 않아도 넉넉하게 먹고 살 재물이 금방 생길 것이고, 내년이면 어여쁜 아내를 맞아들일 것이고, 또 아들 삼형제를 두어 모두 바른 마음을 지키고 착한 일을 하며 잘 살 것이야! 내 삼년 뒤에 이곳에 와보겠네.”
도선은 나무꾼총각에게 한 끼 누룽지 값으로 좋은 명당자리를 알려주고 그곳을 떠나갔다.
세월이 번개처럼 흘러 삼년 후 어느 가을 날 그곳을 다시 지나가게 된 도선이 그 젊은이를 생각하고는 묘 자리를 잡아준 곳에 가보니 과연 그 자리에 무덤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묘를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잡풀이 무성하고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었다.
“왜 이렇게 묘를 허술하게 방치해 둔 것이지! 혹시 부자가 된 그 총각이 변심을 한 것인가? 아니지! 그럴 사람이 결코 아니었는데.........허허! 그렇다면..........”
도선은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그 산을 내려가 아랫마을로 갔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마침 마을 어귀에서 호미를 들고 들에 나가는 노인이 있어 그를 붙잡고 그 무덤 자리와 나무꾼총각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영감님, 저 위에 무덤을 썼던 나무꾼총각은 잘 사나요?”
“허험! 그 총각 뭐 하러 묻나? 그 총각 벌써 죽었어! 그때 이곳을 지나가던 풍수지관이라는 괴이한 노인이 그 자리가 금시발복할 명당자리라고 가르쳐 주었다며 자기 아버지를 그곳에 모셨는데 그곳에 무덤을 쓰고 이상하게도 병명도 없이 곧바로 죽어버렸어.
아무래도 그 풍수지관이라는 노인 놈 아주 망할 사기꾼이었던 거야! 제 코앞도 모르는 짝대기 풍수였던 거지! 아무것도 모르고 급살 맞아 죽을 자리를 금시발복 명당자리라고 가르쳐 주었으니 말이야! 죄 없는 젊은이만 하나 죽였지! 천벌을 받아 죽을 놈! 에구구! 쯧쯧!........”
노인이 한 무더기 흉악한 욕설을 푸짐하게 쏟아놓으며 안타까움에 혀를 차는 것이었다.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4)악인악과(惡因惡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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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아!.........”
도선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한 끼 자신이 먹을 밥을 아낌없이 배고픈 자에게 선사할 줄 알았던 그 나무꾼총각의 순정한 마음에 감동하여 이런 마음의 소유자라면 발복하여 세상의 소박한 복락을 누려도 좋다고 여겨 자리를 잡아주었건만 결국 참혹한 흉사를 맞았다니 도대체 무엇인가?
도선은 다시 발길을 돌려 그 산에 있는 무덤으로 향했다. 자신이 금시발복 명당자리를 잘못 본 것이 아닐까하고 그 자리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곳에 도착한 도선이 산세를 유심히 살펴보고 나침반을 보며 세심히 뜯어보니 결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조산, 안산, 좌청룡, 우백호, 주산과 배산, 내룡, 외룡 그리고 남출북류(南出北流)의 물길을 두루 갖춘 좋은 명당 터였다. 도선의 눈에는 분명 이곳이 온갖 복락을 세세손손 누릴 금시발복할 자리로 보이는데 실상은 저렇게 급사(急死)하여 죽었다니 도선은 자신이 알지 못할 무한한 비밀이 숨어있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생각해보며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실감했다.
저 하늘은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도무지 도달하지 못할 먼 지경을 아스라이 열어놓고 있었다. 도선은 자신의 한계를 통감하고는 섣불리 아는 체를 하여 나무꾼총각을 죽였구나 하는 책임감으로 비통해 하며 가슴을 쳤다.
“허허! 내 이 어설픈 재주로 생사람 여럿 죽이겠구나! 젊은이 내 죄가 크이! 잘 가시게!”
도선은 굳은 결심을 했다. 서투른 재주로 하늘과 땅을 경솔한 입에 담으며 세치 혀를 놀리면서 사람들을 농락하는 짓은 예서 그만두어야했다. 다시는 그런 천벌 받을 짓을 해서는 아니 되었다. 도선은 품에 간직한 나침반을 꺼내 오른손에 번쩍 들고 그것을 오줌통을 향해 힘껏 내팽개치려는 찰나였다.
“멈춰라!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나무꾼총각의 아비는 살인을 세 번이나 저지른 중죄인이었다. 그러한 자가 어찌 좋은 명당에 들어 갈수 있겠느냐! 명당에 들어가더라도 어찌 발복할 수 있겠느냐! 선인선과(善人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니라! 착한 마음의 나무꾼 총각의 선행은 후생에 거두리라!”
순간 빈 허공이 난데없이 울며 도선의 귓전을 때렸다. 저게 무슨 소리인가? 도선은 먼 허공에서 문득 울려오는 하늘의 소리를 듣고는 멈칫 손을 멈추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파란 하늘을 우러르며 그 자리에 풀썩 무릎을 꿇고 앉아 크게 소리쳤다.
“아아! 이게 분명 하늘 님의 소리인가! 내 아직 그 이치를 알지 못했소이다! 바로 그것이었구나! 사람의 하는 일에 하늘과 땅이 감응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도선은 엎드려 고개를 땅이 닿도록 깊숙이 수그리고 가슴의 소리를 외쳤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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