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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5)성사재천(成事在天) <제4화>기생 소백주 (26) 시운(時運)

by 까망잉크 2023. 5. 8.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5)성사재천(成事在天)

입력 2020. 11. 25. 18: 03

그림/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사람이 하는 일이 선량한 이치로 하늘과 땅에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만이 그것이 어울려 생명이 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것이었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탐욕으로 사악하게 어긋난다면 가을날 된서리를 맞고 죽어가는 초목의 신세가 되고 말지 않겠는가! 뿌린 대로 거두는 것 그게 우주자연의 이치로다. 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결국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을 되돌리고 마는 것 아니겠는가! 어허! 내가 그 까닭을 아직 깨달아 알지 못하였구나!”

도선은 하늘을 우러르며 혼잣소리로 크게 외치고는 버리려던 나침반을 다시 품안에 넣으며 먼 허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삼국지연의의 촉나라의 제갈량이 위나라의 사마중달을 표주박 지형의 호로곡(胡盧谷)으로 유인하여 화공(火攻)으로 전멸시켜버리려는 전략이 성공직전에 이르렀는데, 때 아닌 폭우가 내려 솟아오르던 불길이 꺼져버리고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때 제갈량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하며 외쳤다.

“모사재인 성사재천 불가강야!(謀事在人 成事在天 不可强也, 모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나 성사는 하늘이 시켜주는 것이로구나! 아아! 억지로는 아니 되는구나!)”

천하의 성현재사(聖賢才士)도 하늘의 뜻은 결코 어그러트릴 수 없다는 것을 도선은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던 것일까? ?

나무꾼총각의 죽은 아버지는 세 명이나 사람을 살인한 죄를 지은 사람이었기에 그러한 흉악한 살인죄를 저지르고 죽은 사람을 천하의 풍수지관이 제 아무리 천하명당에 묘를 쓰더라도 결국 그 백골이 혈 자리를 반치라도 비켜나 틀어지게 누워 버려 발복(發福)은 커녕 급살 같은 대 흉사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 우주대자연의 이치라는 것이었다.

하늘의 이치! 그러기에 성현 공자(孔子)는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필망(必亡)이라고 했던가!

공자는 평생 주나라의 주례(周禮)를 쓴 주공(周公) 단(旦)을 흠모하고 사랑했지 않은가! 주공은 할아버지 문왕, 둘째형 무왕 그리고 강태공과 함께 상나라의 폭군 주(紂)를 죽이고 주나라를 연 개국의 영웅 중 한사람이었다.

형 무왕이 일찍 죽고 열세 살의 어린 조카 성왕이 즉위하자 두 동생이 왕 자리를 노리고 반란을 했다. 조카가 나이가 어리니 왕위에 오르라던 신하들의 권유에 ‘왕 자리에 눈이 멀어 어린 조카를 몰아내는 천하의 무례한 자로 만들려고 하느냐! 이다음에 죽어 저승에 가서 아비와 형을 무슨 낯으로 본단 말이냐!’ 라고 꾸짖던 주공은 손수 갑옷을 입고 군사를 몰고 나가 탐욕에 눈 먼 두 동생을 징벌했다.

또한 촉의 황제 유비현덕이 병이 들어 자리에 눕자 재상(宰相) 제갈량을 불러 내 아들 유선이 정치를 못할 양이면 그대가 직접 황제에 등극하라는 말에 제갈량은 ‘저를 고작 촉의 황제 자리나 탐내는 자로 보았던 것입니까? 저는 고통 받는 백성들을 구제하고 세상의 정의를 세우고 평화를 가져오는 일에 헌신하려고 당신과 함께했던 것입니다.’ 라고 답했다지 않는가!<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6) 시운(時運)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 이야기를 들은 김 선비는 무슨 진기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머릿속에 간직하고 오래도록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이정승의 집에서 사랑방 식객 노릇을 하던 삼년 동안 김 선비는 같이 지내던 여러 곳에서 올라온 선비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인생사와 세상사를 깊이 통찰할 수 있는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혼란한 난세를 평정할 인물은 하늘이 낸다고 하더니 인생사도 모든 게 시운(時運)이 적절히 맞아야 했다. 세상에 쓸 만한 훌륭한 인물이 나오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김 선비는 오래전부터 속으로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첫째는 천운(天運)이 좋아야 했다. 조상 대대로 착한 일을 해서 덕을 많이 쌓아 인심을 얻고 좋은 명당에 들어가야 했다.

둘째는 지운(地運)이 좋아야 했다. 지운은 바로 자신이 뿌리를 박고 사는 현세의 부모의 덕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고 키울만한 학식이나 재력이 넉넉해야 했다. 학식이 없더라도 재물이 넉넉하면 훌륭한 스승을 사서 교육을 시킬 수 있었으니 그것은 부모를 잘 만나야 가능한 일이었다.

셋째는 인운(人運)이 좋아야했다. 스스로 타고난 재주와 끈기가 남들보다 월등하고 비상해야 했고 또 인품도 고매해야 했다. 천운도 지운도 좋지만 스스로 타고 난 인운이 재주도 없고 또 끈기가 남들에 비해 부족하고 성품이 모질고 악독하다면 아무래도 세상에 올바른 뜻을 펼치지는 못할 것이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면 능히 천하를 평정할 인재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 인재가 어느 시운(時運)을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춘삼월 호시절을 만나면 그 기운이 봄날 화초 같으나 구시월 모진 바람을 만나면 그 기운은 겨울날 얼음장 같을 것이다. 봄날에는 화사하고 위엄 있는 모란이 왕이겠으나 가을날에는 저 모진 찬바람이 왕일 것이다.

봄날의 인자한 왕 밑에서는 만백성이 꽃과 생명을 노래하겠으나 모진 찬바람 같은 포악한 왕 밑에서는 만백성은 어서 봄이 오기를 바라는 소망을 품고 인고의 시절을 버티는 폭설에 묻힌 띵띵 얼어붙은 저 보리밭의 보리이파리일 것이다.

뛰어난 영웅호걸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좋은 시절을 만나면 더욱 좋은 시절로 만들어 발전해 나갈 것이겠고 또 차가운 북풍 휘몰아치는 간악한 폭정의 시절을 만났다면 능히 그에 맞서 그것을 물리치고 사람이 살만한 새로운 세상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겠으나 그것이 어찌 한갓 범인(凡人)으로서야 쉬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리하여 영웅으로 타고 나지 못한 그렇고 그런 세상 사람들은 바람 부는 대로 물결 흐르는 대로 그저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혹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하여 세상이 혼탁하면 혼탁한 대로 세속의 명리에 젖어 시절 따라 살아가는 것이었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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