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55)혼인식
입력 2021. 01. 11. 17: 03
그림/이미애(삽화가)
점잖은 체면에 홍진사는 아들을 잘못 둔 죄로 이웃들에게 사과를 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들 홍수개를 붙잡아 놓고 타이르고 훈계를 했다. 홍수개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으나 말짱 그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홍수개가 이웃집 아이를 때려 코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아이의 농사 짓는 가난한 부모는 홍진사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아들을 나무라는 것이었다,
그때 홍진사는 아들 홍수개를 붙들어 와서는 자기 집 커다란 기와집 기둥을 품에 안게 하고는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질을 했다.
“이놈아! 너는 이 집의 기둥이거늘 그리 못된 짓만 일삼으면 어떻게 하느냔 말이냐!”
아들 홍수개를 타이르기만 하던 홍진사도 더 이상은 안 되겠던지 집 기둥을 붙들어 안게 하고는 매를 때리며 그 버릇을 고쳐보려 했던 것이다.
홍수개는 아픔에 못 이겨 징징 울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맹세 하였으나 닷새를 넘기지 못하고 또 일통을 내고 말았다.
서책도 읽지 않고 동네 강아지처럼 밖으로 나가 짓궂은 짓이나 좋아하더니 여자를 알 사춘기가 되자 이제는 참으로 큰일을 내는 것이었다.
동네 처녀들에게 짓궂은 농을 걸기도하고 심지어는 산 너머 다른 동네에까지 또래 아이들과 몰려가 그 동네 처녀들에게 짓궂게 말을 걸어 그 동네 사내들과 싸움질을 하고 오기도 하는 것이었다.
홍수개의 나이 열여섯 도무지 공부를 하여 좋은 결과를 보기는 이미 틀렸고, 이러다가는 이 동네 저 동네 나다니며 무슨 못된 짓을 저지를까 두려워 홍진사는 홍수개를 혼인시키기로 마음먹고는 부인을 시켜 혼처를 알아보게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산 너머 문벌 좋은 정씨 집안의 규수를 얻어 혼인식을 올려 주었다.
혼인식을 올려주어 부인을 보면 마음을 다 잡고 집안일에나 충실하며 조용히 잘 지내겠거니 기대 했는데 혼인식 바로 다음날부터 생트집을 잡고는 시집 온 부인 방에 들려하지를 않았다.
이유인 즉 신부가 너무 못생겼다는 것이었다.
새로 얻은 며느리 용모가 출중한 미인은 아니고 작은 키에 몸이 좀 뚱뚱 하기는 했어도 어려부터 사서삼경을 배우고 예법을 익힌 총명한 여인으로 복 있는 인상이었던 것이다.
아들 홍수개의 꼴을 본 홍진사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정씨 집안하면 이 지방에서는 권세를 누리고 있는데 올린 혼사를 깨뜨리고 절대로 신부를 물릴 수는 없었다.
홍진사는 아들 홍수개의 하는 꼴을 보고는 가슴을 쳤다. 무슨 죄를 많이 지어서 어쩌다가 저런 못된 자식을 낳았단 말인가? 홍진사는 부인 더러 아들 홍수개를 잘 달래보라고 하고는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몸져 눕고 말았다. 아들 홍수개에 대한 상심이 컸던 것이 병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56)수캐골
그림/이미애(삽화가)
아버지 홍진사가 몸져 누워버렸는데도 홍수개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인 방에는 들려하지 않고 이제는 대담하게 저자거리로 나가 주막집을 전전하며 거기에서 만난 온갖 여인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흘에 한번은 들어왔으나 점점 닷새에 한번 들어오고 들어와서는 집안의 돈냥이나 후려 달아나고는 감감 무소식이었던 것이다.
대대로 내려온 홍진사 댁의 전답이며 재물을 모조리 주막집 여인의 그 요술 같은 밑구멍으로 다 말아 삼켜 버리려 하는 것일까!
홍수개의 어머니가 아무리 타이르고 만류를 해도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이랬다간 나 언제 죽어버릴지 모르겠소!’ 하고 엄포를 딱 놓고는 전답 문서를 용케 빼내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 꼴을 병석에 드러누워 겪는 홍진사는 아무래도 살고 있는 이 산골짜기 수캐골이라는 그 이름부터 본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필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의 형세가 수캐가 한 다리를 들고 혀를 쑥 빼고 헐떡이며 오줌을 누는 형세라 먼 옛날 전해져 내려온 어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언젠가 이 마을에 왔던 수염이 허연 도사가 ‘허허! 이 마을 형상이 이 암컷 저 암컷 문전이나 전전하며 그 집 문 앞에다가 한 다리를 들고 찔끔 찔끔 뜨건 오줌을 누는 천하의 난봉꾼 수캐가 나올 형상이로구만! 허허!’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 말끝에 마을 어른 하나가 ‘그럼 어떻게 해야 그것을 막을 수 있겠소?’ 하고 물으니 ‘저놈의 수캐 두 다리를 딱 부러뜨리면 기어서라도 가서 그 짓 할 것인데 무슨 재주로 그것을 막겠소! 으음!......... 혹여 안개라면 모를까?’ 하고 도사가 말끝을 흐리더라는 것이었다.
그 어른이 그 도사의 말을 듣고는 ‘그 안개라는 것이 무엇이오?’ 하고 다시 물으니 ‘다 헛소리외다!’ 하고 가버리더라는 것이다.
아마 암캐를 안개라고 잘못들은 것이었을까? 도대체 그 도사가 안개라고 했다는데 그 안개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홍진사는 그냥 그 이야기를 어려서 듣고는 그냥 우스갯소리거니 했는데 아들 홍수개가 정말로 발정 난 수캐처럼 저리 난동을 부리고 다니니 참으로 세상사 모를 일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마음의 병이 깊어 앓던 아버지 홍진사가 이듬해 겨울에 세상을 등져 버리자 이제 홍수개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홍수개는 마음대로 집안의 전답 문서를 가지고 이 고을 저 고을 유람을 나다니며 기생집을 전전하는 것이었다. 어디 어여쁜 여자가 있다고 소문이 난 곳이면 어떻게든 돈냥을 장만하여 들고는 열일 마다하고 쫓아가 어울려 몇날며칠이고 거기 퍼질러 앉아 즐기며 모조리 그 돈을 탕진하고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늙은 어머니는 홍수개의 불효에 기가 막혀 말이 없었고 홍수개의 아내 정씨 부인은 눈을 부라리고 덤비는 홍수개의 서슬에 말 한마디 못하고 지켜볼 밖에 없었던 것이다. <계속>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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