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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59)유인작전(誘引作戰) <제4화>기생 소백주 (60)분리작전(分離作戰)

by 까망잉크 2023. 6. 5.

[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59)유인작전(誘引作戰)

입력 2021. 01. 17 16: 37

그림/이미애(삽화가)

홍수개가 자기 집 마당을 향해 가자 젊은 옹기장수가 옹기달구지를 끌고 그 달구지 뒤를 젊은 여인이 뒤따랐다. 뜬금없이 집 마당으로 옹기장수 소달구지가 들어오자 홍수개의 아내 정씨 부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얼굴이 곱게 생긴 아리따운 젊은 여인이 그 달구지 뒤로 나타나자 사태를 직감했다. 분명 남편 홍수개는 저 옹기장수의 아내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정씨 부인은 앞일이 눈에 번히 보이는 듯 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저 야수 같은 남편 홍수개에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정씨 부인은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아이구!’하고 마루에 서서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홍수개가 마당 가운데 옹기소달구지를 멎게 하더니 옹기장수를 보고 말했다.

“우리 집에서 묵으면서 우선 마을 사람들에게 옹기를 팔아라!”

“예! 그리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다른 마을로 지게 짐을 지고 가서 팔아라! 만약 팔리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다 내가 살 것이야!”

홍수개가 옹기장수를 바라보며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달구지가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종착역이 수캐골이어서 이 마을로 들어오는 장사꾼들은 여기까지 달구지를 끌고 와서는 누구 집에 묵으면서 산 너머 마을로는 지게 짐을 지고 가서 여러 날 장사를 하는 것을 홍수개는 잘 알고 있었다.

“예예! 나으리!”

옹기장수가 고분고분 대답했다.

“그런데 오늘과 내일은 나를 좀 도와주어야겠다!”

“아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내일이 우리 선친 기일이야. 오늘은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돼지를 잡을 것이야! 그 일을 좀 거들고 거기 아낙은 부엌으로 가서 음식 마련하는 일을 좀 거들게!”

홍수개는 마치 옹기장수 부부가 자기 집 하인이라도 되는 양 일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 속에는 간교한 계략이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찮은 작자들은 앞뒤 볼 것 없이 마구 대하며 사납게 소 부리듯 해야 한다는 것을 홍수개는 잘 알고 있었다.

“우선 소는 풀어 저 우리 집 빈 외양간에 묶어 두고 짚여물을 먹여라!”

“예! 나으리!”

젊은 옹기장수는 홍수개의 말에 깊은 고마움을 느끼며 순순히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이었다. 하기야 옹기를 다 팔아준다고 하니 옹기장수에게는 그 이상 고마울 게 없을 것이었다. 홍수개의 유인작전(誘引作戰)은 간단하게 성공한 셈이었다. 도대체 홍수개는 저 꿍꿍이속으로 그 불같은 욕심을 채울 무슨 남모를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60)분리작전(分離作戰)

그림/이미애(삽화가)

홍수개의 망나니짓으로 비록 망한 집안이라고는 해도 홍진사 집의 내력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 홍수개는 그 덕으로 여전히 이 일대에서는 행세깨나 하고 살았는데 실상은 망한 양반이라고는 하더라도 반상(班常)의 차이가 분명한 세상에서 그 양반 허울이 어디 가겠는가 말이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마을 일가친척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돼지를 잡고 마당가에 큰 무쇠 솥을 걸고 고기를 삶고 내장을 씻어 시래기를 넣어 끓였다. 장날 사온 생선 고기반찬을 찌고 각종 전을 지지고 나물을 장만하느라 사람들이 분주했다. 옹기장수도 홍수개의 아버지 기일에 맞춰 옹기 짐을 마당에 그대로 두고 부부간에 일을 거들었다.

홍수개는 옹기장수 아내를 눈 여겨 보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태연한 척 일을 시켰다. 호랑이가 먹이를 사냥할 때 자신의 존재를 상대가 전혀 알아보지 못하도록 거센 바람을 맞서 안고 조심스럽게 먹이를 노리듯이 홍수개도 소리 없이 그 부산하고 분주한 틈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적을 우선 공략하기 쉬운 장소로 눈치 채지 못하게 유인을 해냈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아마도 무장해제 즉 분리작전(分離作戰)일 것이었다. 가시를 떼 내고 발톱을 뽑고 날카로운 이빨을 빼내고 먹기 좋게 다듬어야 했다. 그렇다면 저 옹기장수 아내의 가시와 발톱과 이빨은 무엇일까? 바로 옹기장수 남편이었다. 홍수개가 일을 성사 시키려면 그를 분리시켜내야 했다.

그러나 그 작전을 너무 쉬이 내보였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우선 안심 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어야 했다. 홍수개는 그날 돼지를 잡아 삶고 내장은 끓여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물론 옹기장수 부부도 배불리 먹도록 배려를 했다. 밤이 되어 옹기장수는 사랑방에 들어 자도록 하고 그 아내는 집안에서 일하는 집 뒤 조그마한 별채에 사는 할머니와 함께 묵게 했다. 다음날 아버지 홍진사 제삿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홍수개는 옹기장수를 불렀다. 마당가에서 고기 삶는 솥에 불을 지피고 있던 옹기장수가 홍수개 앞으로 왔다.

“지금 옹기를 지게에 짊어지고 저 산 고개 너머 호산마을 김씨 집에 좀 다녀와야겠어”

“아 예! 그 집에서 옹기가 급히 필요 한가 봅니다요”

옹기장수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렇지! 방금 전갈이 왔는데 내일 장을 쑤는데 마침 항아리가 없다는구나!”

홍수개는 목소리를 낮게 가라앉히고 힘주어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합지요”

“아참! 그리고 그 집에 가면 그 집 주인에게 이 편지를 전해 주거라! 잊어서는 안 된다!”

홍수개는 밤에 썼던 편지를 옹기장수에게 들려주며 태연하게 말했다. 여기서부터 삼 십리 험준한 산길 무거운 옹기 짐을 짊어지고 가면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버릴게고 오늘 밤에는 절대로 돌아오기 힘든 거리였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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