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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65/66

by 까망잉크 2023. 6. 11.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65/66

<제4화>기생 소백주 (65) 유령(幽靈)

입력 2021. 01. 25 17: 52

그림/정경도(한국화가)

홍수개는 숙달된 동작으로 재빠르게 속치마 속으로 슬그머니 손을 넣고는 그 가운데를 손으로 쓱 쓸어보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데 그 손끝에 여인의 부드러운 곡선이 느껴져야 하는데 아뿔싸! 이게 무엇인가! 볼록 솟은 사내의 큰 물건이 물큰 잡혀지는 것이었다. 홍수개가 실망도 하기 전인 그 순간, 홍수개의 손이 그곳을 닿고 스친 찰나 덮인 이불깃을 사납게 열어젖히며 웬 시커먼 사내가 벌떡 일어서는 것이었다. 홍수개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칠흑 어둠 속 방안에서 그 사내를 기겁(氣怯)을 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허! 허억! 저저 저 저자는 누구인가? 피피피 필시 아 아아! 아버지! 아아 아! 아버지가 아닌가!’

홍수개의 눈 속에 들어온 어둠 속 그 사내의 얼굴은 바로 다름 아닌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아버지 홍진사였던 것이다.

“귀귀귀귀귀 귀! 귀신이다! 아! 아악!”

순간 홍수개의 날선 비명이 한밤 어둠을 뚫고 송곳처럼 길게 솟아올랐다. 흉악한 흉계를 꾸미고 그것도 아버지 홍진사의 제삿날 그런 악행을 저지르려 하다니, 정말로 홍진사의 혼령이 저승에 있다가 자신의 제삿날 제삿밥을 얻어먹으려고 이승에 살던 집 구경을 왔다가 홍수개의 악행에 대노(大怒)하여 아들 홍수개의 못된 짓을 응징한 것일까? 홍수개는 너무도 놀라 그 자리에서 혼절해 쓰러져 버렸던 것이다.

방안에 있던 사내는 벌써 스르륵 문을 열고나가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홍수개의 비명소리에 놀란 홍수개의 아내 정씨부인과 아이들이 잠을 깨고 달려 나와 홍수개의 온몸을 주무르고 찬물을 가져와 입에 넣어 주어 간신히 기력을 회복했다. 정신을 차린 홍수개는 아직도 눈에 초점을 잃고 아버지를 연거푸 웅얼거리고 있었다.

“아아아! 아버지! 자자자........... 자 잘 잘못했습니다! 제제제....... 제제 제가 주주 죽, 죽일 놈입니다! 아아아........아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홍수개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 홍진사의 귀신을 보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넋이 나가 웅얼거리는 홍수개를 아들들이 떠 매고 나가 안방으로 가서 아랫목에 이불을 깔고 눕혔다.

그런데 도대체 홍수개가 그 방안에서 본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제삿날 집을 찾아온 아버지 홍진사의 유령(幽靈)이었을까?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홍수개의 아버지 홍진사를 쏙 빼닮은 홍수개의 큰아들이었다. 그런데 왜 그날 밤 열여섯 살의 홍수개의 큰아들이 그 방에 누워있었던 것일까?

언제나 악한의 간악한 흉계(凶計)에는 현자(賢者)의 지략(智略)이 명약(名藥)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날의 현자는 누구였을까?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66) 지략(智略)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것은 바로 홍수개가 작은 키에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평생을 구박하고 천시해온 정씨부인의 지략(智略)의 결과였던 것이다. 홍수개가 옹기장수 소달구지를 집안 마당으로 끌어들여 오자 남편 홍수개의 흉악한 속셈을 미루어 짐작한 정씨부인이 유심히 남편의 행동을 관찰했다. 옹기장수 부부를 데리고 들어온 그날 밤 홍수개가 서실(書室)에 들어가 무슨 글인가를 쓰고 있기에 정씨부인이 홍수개가 잠든 한밤중에 촛불을 켜고 들어가 그 글을 읽어 보았던 것이다. 그 글이 바로 어제 오후 홍수개가 멀리 산 고개 너머 김씨에게 옹기 심부름을 보낸 옹기장수 남편이 가지고 갈 편지였던 것이다.

그 편지 내용을 접한 정씨부인은 짐작대로 홍수개의 흉악한 흉계(凶計)를 알고는 경악(驚愕)을 했다. 정말로 이번에는 절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었다. 근면하고 다정한 한 부부의 가정이 파괴되고, 죄 없는 여인이 욕정에 짓밟히고, 생사람의 목숨이 달려있었다. 악인의 악행을 미리 알고도 그것을 방기 한다면 알고 있는 자도 똑같은 공범일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할 사랑하는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남편의 일이 아닌가!

정씨부인은 그 편지를 읽으며 남편 홍수개의 너무도 무서운 파렴치한 흉계에 심장이 떨려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편지를 받고 읽거든 바로 불살라 버리기 바라네.’로 편지는 시작하고 있었다. ‘이 젊은 옹기장수에게 옹기를 짊어 보내니 자네가 그것을 보내라고 했다고 하게. 그곳에서 장을 쑤면서 사나흘 일을 시키고 붙잡아 놓게. 별의별 수를 다 써서라도 반드시 붙잡아 놓아야 하네. 그리고 이 편지를 받은 이틀 뒤 한밤에 산 너머 대여섯 명 잘 아는 도둑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 집에 있는 옹기장수의 황소와 옹기를 훔쳐가게. 그때 옹기장수 젊은 아내도 같이 붙잡아 가야하네. 붙잡아 가서 산 너머 외딴 집 방에 꽁꽁 가두어 놓게. 내가 평생 쓸 물건이니 조심히 다루어야하네. 그리고 다음날 옹기장수 남편을 우리 집으로 가라고 보내게. 그 다음일은 나에게 맡기게! 성사하면 후사하겠네!’

남편 홍수개가 산 너머에 인연을 맺고 살아온 편지를 보낼 김씨는 깊은 산중의 산적이라는 도적 패거리들과 내통을 하며 이 일대에서 빈번히 크고 작은 악행을 일삼으며 살아온 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일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 정씨부인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분명 옹기장수 남편의 신상이나 생명에 관한 일임에 분명했다.

‘저런 파렴치한 악한을 남편의 연을 맺고 살아오다니!’

그 내용에 소스라치게 놀란 정씨부인은 혹여 홍수개에게 발각되려나 싶어 얼른 그것을 제 자리에 놓고 가만가만 서실을 빠져나왔다. 무슨 지독한 업연(業緣)으로 저런 자와 부부의 연이 맺어진 것일까? 정씨부인은 자신의 운명을 탄식했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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