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웃음주는 이야기

♡천생연분♡

by 까망잉크 2024. 10. 29.

♡천생연분♡

사주팔자를 보고 택일도 해 주는 허 봉사는 앞 못 보는 장님이지만

족집게로 소문나 운세를 보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돈도 알뜰히 모아 번듯한 기와집에 마음씨 고운 색시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온 마누라는 벙어리다.

말 잘하고 돈 잘 버는 장님 남편에 영리하고 마음씨 고운 벙어리 마누라는

이날 이때껏 부부싸움 한번 없이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어질 날이 없었다.

그러나 허 봉사 내외를 보는 친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둘 다 장님이라면 말로 소통이 될 터이고, 둘 다 벙어리라면

글이나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면 될 터인데,

말로 하자니 마누라가 막히고 글이나 손짓 발짓으로 하자니

허봉사가 깜깜이니 무슨 수로 서로 뜻이 통할꼬!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가을날 저녁, 허 봉사가 일을 마치고

벙어리 마누라와 겸상으로 주거니 받거니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맛있게 담배 한모금을 길게 내뿜는데 갑자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 대문 밖에 나가 보시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벙어리 부인이 나갔다가 한참 만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오?”

허 봉사가 궁금해서 묻자, 벙어리 부인이 다가와 앉아

자신의 옷고름을 풀고 허봉사 손을 끌어 와 자기 유방 사이에

사람 인(人)자를 쓰게 하고 양쪽 젖꼭지를 만지게 했다.

허 봉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빙긋이 웃으며,

“사람 인 양 옆에 젖꼭지 두 점이 있으니 불 화( 火)자라.

어디서 불이 난 모양이네. 그런데 어디서 불이 났지?”

벙어리 마누라가 허 서방의 손을 당겨 자신의

치마 밑으로 끌고 가 옥문에 갖다 댔다.

허봉사가 마누라 옥문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젖꼭지를 만진 뒤끝이라 옥문이 흥건히 젖었다.

“알겠네. 강 건너 양근산과 음문산 산자락이 서로 맞닿는 골짜기,

물 많은 동네 수동(水洞)에서 불이 났구먼.”

벙어리 마누라는 딱딱 맞추는 남편이 대견해서,

그리고 아직도 치마 밑에서 손을 빼지 않고 수동 언저리를

맴도는 게 좋아 허봉사를 꼭 껴안았다.

“수동마을 누구네 집에서 불이 났지?”

허봉사의 물음에 마누라는 허서방 목을 껴안고 입을 맞췄다.

“그렇지. 입 구(口)자 두개가 합쳤으니

여(呂)서방 집에 불이 났구먼.

그런데 얼마나 탔다던가?”

마누라는 허 서방 허리춤에 손을 넣어 양근을 잡고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꼿꼿이 세웠다.

“어허, 이 일을 어쩔꼬.

다 타고 기둥만 남았네.

내일 쌀 한가마 보내야겠군.”

아직도 허봉사의 손은 마누라의 옥문을 휘젓고,

마누라의 손은 허 봉사의 곧추세운 양물을 쥐고 있다.

곧 호롱불이 꺼지고 허봉사 집 안방은 구들장이 꺼질 듯 흔들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