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러 저런 아야기794

처음 만나는 토끼 처음 만나는 토끼 입력2023.01.06 04:3025면 ​ 2023년 첫날인 1일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릉 앞 바닷가에서 한 해맞이객이 토끼와 OK를 뜻하는 손 모양을 하며 새해 첫 해돋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판소리는 소리꾼의 다채로운 표현을 통해 청중들의 청각 시각 지각의 미적 경험을 최대화한다. 특히, 중요한 인물이나 대상의 정체를 탐색하는 대목에서의 언어적 시각적 청각적 표현들은 앎의 경험을 새롭게 한다. 황제에게 진귀한 연꽃을 바친 도사공은 심청을 품은 연꽃을 처음 발견할 때 '저것이 무엇이냐. 금이냐.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부터 시작하여 연신 헛다리를 짚는다. 그런 도사공을 보며 이야기를 훤히 아는 청중들은 답답해하다 능청스럽게 옥신각신 이어지는 사설에 빠져들어 창자(唱子)와 함께 연꽃의 .. 2023. 1. 23.
2023년, '길'을 열며 2023년, '길'을 열며 입력 2023.01.14 04:30 22면 사람이 사는 곳에는 길이 있다. 길은 '땅 위에 확보된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라고 정의되지만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 위나 하늘에도 사람이 일정하게 다니는 곳에는 '물길', '하늘길'이 열린다. 길 따라 걷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전에 없던 새 길도 생겼다. 계곡의 냇물 소리를 따라 '소릿길'이 있고, 전국의 사람들을 제주로 불러들인 '올레길'도 있다. 가만히 보면 길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길의 주변, 곧 '길녘'이다. 누구나 한 번쯤 따라 부른 동요 속 '동구 밖 과수원길', '꼬부랑 할머니의 꼬부랑 고갯길'은 그런 배경을 밑그림처럼 깔고 있는 이름이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면 '강변길', 논두렁을 따라 생기면 '논두렁길', 산자락을.. 2023. 1. 22.
조남대의 은퇴일기⑬ [조남대의 은퇴일기⑬] 어느 휴일의 오후 입력 2022.11.22 14:01 수정 2022.11.22 14:01 ​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우면산에 올랐다. 정상의 소망탑에서 아이스케이크로 땀을 식힌 다음 예술의전당으로 내려왔다.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사서 아내와 함께 야외 탁자에 앉았다. 파라솔 아래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조금은 시끄럽지만, 따사로운 가을 정취가 느껴진다. 예술의전당 야외 탁자에서 차를 마시며 환담하는 시민들ⓒ 한가한 휴식공간에는 여러 사람이 커피를 마시거나 빵을 먹으며 온갖 이야기들을 토해낸다. 바로 옆에는 육십 대 후반의 여자분 셋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좀 다혈질적으로 보이는 여자가 주로 이야기하고 두 사람은 듣는 편이다. 혼자된 다른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 2023. 1. 22.
역사책이 없는 [나라]와 일기장이 없는 [나] 역사책이 없는 [나라]와 일기장이 없는 [나] 내 일기장의 쓸모 y펜메모덕후 역사책이 없는 나라? 역사책이 없는 나라를 한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도 역사를 기록하지 않고 개인의 기억에만 간직하고 있는 나라말입니다. 아마도 각자 조금식 다른 버전의 역사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이제 서로의 기억이 맞다며 싸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게 맞다고만 말합니다. 자신의 부모에게서 틀림없이 들은 이야기이며 자신의 부모는 그들의 부모에게서 틀림없이 들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록된 것은 없습니다. 이 나라가 언제 어떻게 세워졌는지 다들 날짜가 다르고 그 경위가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다들 나름대로 정책이란 걸 세.. 2023. 1. 20.
조남대의 은퇴일기⑫ [조남대의 은퇴일기⑫] 땀방울이 포도송이 되어 입력 2022.11.08 14:12 수정 2022.11.08 14:12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 말이 있듯이 바람이 강하게 불어 가을 속에 겨울을 맞이한 것 같다. 경북 영천에서 샤인머스캣 포도 농사짓는 사돈의 일손을 돕기 위해 아내와 함께 내려가는 길이다. 사돈 농장 주변에 포도 비닐하우스가 물결치듯 펼쳐져 있는 모습ⓒ 충주를 지나는 데 비는 그치고 푸른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몇 년 전 끝없이 펼쳐진 몽골 초원에서 보았던 갖가지 모양의 구름이 떠오른다. 커피를 마시며 여행가는 기분으로 여유롭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 북영천 나들목에 접어드니 국도 주변의 들판은 포도 특산지답게 온통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파도.. 2023. 1. 18.
[조남대의 은퇴일기⑪] [조남대의 은퇴일기⑪] 손주를 미국으로 보내고 입력 2022.10.25 14:01 수정 2022.10.25 14:01 돌보던 손주가 미국으로 가버리자 귀엽고 애교 부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같이 지낼 때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막상 헤어지고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여 깊은 정을 나누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놀이터에서 손주들과 장난치며 노는 작가ⓒ 유치원에 다니는 일곱 살 손녀와 어린이집에 가는 다섯 살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되는 딸네 집에 아내와 함께 7시쯤 도착하여 아침을 준비하고 가방을 챙기다 보면 손주들이 일어난다. 기분이 좋으면 베개나 이불을 들고나오면서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생트집을 잡기 일쑤이다. ​ 밥 먹이기도 쉽.. 2023.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