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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

책을 읽어 주는 노인

by 까망잉크 2008. 6. 10.
 

이야기책 읽어 주는 노인

 

이야기책 읽어 주는 노인은 동문 밖에 살았다. 그는 책 없이 입으로 국문 패설을 읽는 바, <숙향전>, <소대성전>, <심청전>, <설인귀전>등의 전기와 같은 것들이었다.
매달 초하룻날에는 첫 다리 아래 앉고, 다음 날에는 둘째 다리 아래에, 또 다음 날에는 배나무 재에, 넷째 날에는 교동에, 다섯째 날에는 절골 어귀에, 여섯째 날에는 종로 거리에 앉아 전기를 읽는다. 그 이후에는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갔다는 다시 내려오며 그 달을 마치는 것이다.
다음 달에도 역시 같이 하는데 읽기를 잘하기 때문에 곁에서 듣는 사람들은 겹겹이 둘러싸게 된다. 그러할 때에 노인은 가장 재미난 대목을 앞에 놓고 입을 다문다.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 다음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다투어 돈을 노인에게 던져 준다.
이것이 그가 돈을 얻는 방법이었다.

 

傳奇수.  수: 늙은이 수.     조수삼 [趙秀三, 1762~1849]

수居東門外 口誦諺課稗說 如淑香蘇大成沈淸薛仁貴傳奇也
月初一日 坐第一橋下 二日坐第二橋下 三日坐梨峴 四日坐校洞口
五日坐大寺洞口 六日坐鐘樓前 溯上旣 自七日沿而下 下而上 上而又下
終其月也 改月亦如之 而以善讀 故傍觀잡圍 夫至最喫緊甚可聽之句節
忽默而無聲 人欲聽其下回 爭以錢投之 曰此乃邀錢法云  
**잡: 돌 잡. 두루.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동지섣달 찬바람에 우는 문풍지 소리
안방에서 전하는 아늑한 다듬이 소리
사랑방에서 들여오는 구수한 책 소리
달빛에 놀라서 저 혼자 짖는 개 소리
이런 겨울밤 가는 소리가 있던 때도 있었다오!
   

[출처] 이야기책 읽어 주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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