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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역사) 이야기

혼령의 반함주(飯含珠) 반환

by 까망잉크 2008. 11. 20.

 

 

혼령의 반함주(飯含珠) 반환


 

조선시대 중기, 청렴결백으로 이름이 났던 한 재상이 사망하고, 그 가정이 매우 가난한 지경에 빠져 딸의 혼사를 앞두고 혼인비용 마련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마침 재상의 제삿날, 이 재상의 친구가 지방에 다녀오라는 임금의 명령을 받고 새벽에 일찍 길을 나섰는데,

길에서 앞뒤로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는 귀인의 행차를 만났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보니, 다름 아닌 얼마 전에

사망한 그 친구 재상이었다.

 

친구가 먼저 인사를 하니, 재상은 술에 취해 흐뭇해하면서,

“오늘 내 자식들이 나를 청해 술을 많이 권해서 매우 취했네. 자네 우리 집 아이들을 만나면 잘 먹고 갔다고

이야기 전해 줘.”

라고 말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서로 헤어져 얼마쯤 갔는데, 재상은 행차를 멈추고 다시 호위를 시켜 친구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가 가까이 가니,

“내가 자식들에게 줄 것이 있었는데 술이 취해 깜박 잊었어. 자네가 이것을 가지고 가서 우리 집에 좀 전해주게.”

하면서, 재상은 종이에 싼 물건을 건네주고 재빨리 떠나갔다.

 

친구는 그것을 받아 가지고 재상과 헤어져, 곧바로 말을 돌려 그 재상의 집으로 가니, 이날이 재상의

제삿날이었고, 방금 제사를 마치고 철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재상을 만났던 이야기를 아들들에게 들려주고, 또 재상이 전하던 물건을 건네주었다.

아들들은 이야기를 듣고 슬퍼서 머리를 맞대고 곡을 했다. 그러고 재상이 전해준 종이에 싼 물건을 펼쳐보니,

큰 구슬이 3개 들어있었다.

 

재상 부인이 이 구슬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우리 집 가보로 내려오는 큰 비녀에 꽂혀 있던 구슬인데, 대감께서 돌아가셨을 때 뽑아

'반함주(飯含珠)'로 사용했던 것이다. 대감께서 가난한 우리 집 사정을 생각하고 딸 혼사에 비용으로

쓰라고 하여 보내준 것 같다.”

 

그러고 비녀를 가지고 와서 구슬 뽑은 자리에 맞추어보니 꼭 들어맞았다.

 

@'반함주'란, 사람이 죽었을 때 염습하기 전에, 힘없이 벌려진 입안에 값진 구슬 3개를 넣고,

처져 내린 아래턱을 손으로 탁 쳐올려 입이 다물어지게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구슬을 말한다.

 

이에 식구들은 감격하여 땅에 엎드려 통곡했고, 재상 친구도 역시 통곡을 하고 돌아 나왔다.

(〈한국인 이야기〉제7권, p.218)

 

 

[출처] 혼령의 반함주(飯含珠)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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