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연쇄살인의 추억, 朝鮮은 잠들지 못했다.

 

엽기 연쇄살인의 추억, 朝鮮은 잠들지 못했다 영조 때 노비 영만이 주인과 노비 30여 명 집단 살해 존속살인과 상전 강간, 근친상간은 능지처참으로 엄벌

글 : 이남희 원광대학교 한국문화학과 교수

최근에 20여 명에 달하는 연쇄살인, 게다가 토막 살인과 암매장 등은 그야말로 공포·엽기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사안이었다.

 

유교와 양반 사회로 불리는 조선 시대의 경우에는 어떠했을까. 삼강오륜(三綱五倫)이 작동하고 있었던 만큼 그 같은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아니다. 삼강오륜은 명분이자 지향점이었으므로 <조선왕조실록>이 전해주는 실제 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먼저 집단 살인사건 사례를 보자. 영조 10년(1734) 5월5일 경기도 광주에서 노비가 주인과 노비를 집단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대뢰의 노비 영만이 저주(咀呪)하여 김대뢰와 그 노비 30여 명을 살해했다. 그러자 김대뢰의 노비 세적이 그 주인과 부모를 죽인 영만을 제 손으로 살해하고 관아에 자수했다. 감사(監司·조선시대 지방 장관) 신방이 그 사실을 영조에게 보고했다. 영조는 이 사건을 형조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주인과 부모를 살해한 흉악범에게 복수한 노비 세적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정상을 참작하여 형조에서는 형률에 따라 장(杖) 60대를 결정했으며, 영조는 그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

숙종 9년(1683) 1월11일 존속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함경도 경성의 백성 김명익의 온 집안이 발광하여 서로 함부로 죽였다. 김명익은 스스로 어미와 두 딸 및 사촌누이인 백삼길의 아내를 칼로 찔러 죽였다.

또 아들 김유백으로 하여금 어미를 칼로 찔러 죽이게 했고 백삼길로 하여금 자신의 아들 두 명을 칼로 찔러 살해하도록 했으며 노비로 하여금 또 아들 한 명을 찔러 죽이게 했다. 김명익 자신은 그 노비를 찔러 죽이고 백삼길은 또한 김명익을 잡아 죽여 서로 죽인 자가 모두 10명에 이르렀다.

조정에서는 경차관(敬差官·조선시대 중앙에서 특수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을 보내 조사, 처리하게 하였다. 김명익의 여러 아들이 천연두를 앓았는데 한 아들이 미치광이의 말을 하니, 김명익은 이를 요사한 귀신이 붙었다고 여기고는 불침(火釘)을 주었다.

정신착란으로 빚어진 집단 살인 사건

그러자 아들들이 한꺼번에 발광하여 칼을 빼어 서로 죽이니, 몸과 머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유독 김유백만은 칼에 다쳤어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는데, 스스로 말하기를 “그때에 어미를 보니 마치 산짐승이나 들짐승 같았으므로 아비의 말에 따라 칼로 찔렀다”고 하였다.

이에 조정에서는 김명익과 김유백이 어미를 죽였고 그의 노비는 주인을 죽였으니, 한 집안의 세 사람이 강상(綱常)의 죄를 범하였다 하여 김유백을 국문하여 목을 베고 백삼길은 십악(十惡)으로써 논죄하였다.

십악은 10가지 큰 대악으로 모반(謀反), 모대역(謀大逆), 모반(謀叛), 악역(惡逆), 부도(不道), 대불경(大不敬), 불효(不孝), 불목(不睦), 불의(不義), 내란(內亂)을 가리킨다. 여기서의 내란은 오늘날의 의미와 달리 근친상간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세종실록>에서 남편과 그 후처와 아들 등 여섯 명을 살해한 사건과 한 집안 다섯 식구를 모두 살해한 사건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살인 사례는 형식상으로 집단 살인이라는 점 외에도, 그 성격으로 보자면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라는 성격도 동시에 띠고 있다. 신분제 사회였다는 점에서 반상(班常)의 차이라는 사회계층적인 요소도 얽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종 즉위년(1418) 10월4일 안주의 백성 임부개가 어머니와 소를 가지고 다투다가 어머니의 목을 매어 끌었다. 그의 누이동생이 악한 역적이라고 고함을 질러 부개는 일이 탄로날까 두려웠다. 그의 아우 임정·임원과 더불어 그의 누이동생을 때려 죽이는 일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형죄에 해당하는 경우 조선시대에는 세 번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심급 제도인 3심 제도를 운용하였다. 3심을 원칙으로 하는 사형죄 처결법은 <경국대전>에 법제화하였다. 형전 추단조에는 “사형죄는 세 번 복심(覆審)하여 왕에게 아뢴다”고 규정하였다. 인명을 중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종 24년 9월12일 기록을 보면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형옥의 일 가운데 살인공사(殺人公事)는 지극히 중대한 일이다. 무릇 사죄(死罪)에 들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삼복(三覆)을 하게 한 것은 인명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목숨으로 보상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형관은 모름지기 반복해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다.”

 

 

[출처] 엽기 연쇄살인의 추억, 朝鮮은 잠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