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말과에 속하는 가축.
나귀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여(驢)라고 하며, 장이(長耳)·한려(漢驪)·위(衛) 등의 별명이 있다.
당나귀는 야생의 당나귀를 가축화한 동물로서, 대형과 중형의 두 종류가 있다. 대형인 경우 키가 140∼150㎝, 몸무게는 350∼450㎏에 이른다. 털빛은 회백색이 많으나 붉은색·갈색도 있다. 등에는 어깨에서 꼬리의 끝까지 짙은 줄이 나 있으며,
어깨에는 뚜렷한 무늬가 있다.
당나귀는 말과 달리 이마에 털이 없고, 꼬리에도 하반부에만 긴 털이 있고 상반부는 짧은 털로 덮여 있어서 소의 꼬리와 비슷하다.
또, 당나귀의 귀는 말보다 길고 크다. 그리고 말은 다리에 부선(附蟬)이 있지만 당나귀는 앞다리에만 있다.
또, 눈주위·입·하복부 및 다리의 안쪽은 모두 흰색이다.
임신기간은 364일이며 소나 말보다 일찍 성장하여 포아도당나귀의 경우 3년이 지나면 성장이 정지된다. 체격이 좋고 체력이 강하며 외부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여 열악한 조건에서도 자기 능력을 잘 발휘하는 특성이 있어서 수송수단으로 중요시되었다. 소나 말과 같이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당나귀는 말보다 덜 빠르고 덜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어 교통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경도잡지 京都雜志≫에도 유생들은 당나귀를 타기 좋아하며, 조관들도 이용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당나귀는 행세하는 사람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도련님은 당나귀가 제격이다.’라는 속담이나 ‘나귀를 구하매 샌님이 없고 샌님을 구하매 나귀가 없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또한, 자기에게 만만히 보이는 사람에게 함부로 할 때는 말을 잘 듣지 않는 당나귀의 근성에 빗대어 ‘나귀는 샌님만 업신여긴다.’라든가, ‘당나귀 못된 것은 생원님만 업신여긴다.’는 속담을 쓴다. 당나귀는 해학담의 소재로도 등장한다.
스님이 당나귀와 성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한 상좌가 당나귀의 궁둥이를 빗자루로 찔러 당나귀에게 채이게 하고, 당나귀를 팔아오라고 하자 판 돈은 제가 가지고 스님에게는 장판에서 당나귀가 중새끼를 낳아 맞아죽을 뻔하다 도망쳤다고 핑계를 대었다는 〈중과 당나귀〉 이야기가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채록되었다. 비슷한 이야기로 원님을 골탕먹이는 이방의 이야기도 있는데, 여기에서도 당나귀는 원님의 성적 대상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당나귀는 성의 상징적 존재로 설화에 나타나고 있다.
<당나귀를 팔러 간 아버지와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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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러 장에 가고 있었다. 그들은 당나귀에 아무 것도 싣지 않은 채였다.길을 가다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버지와 아들에게 말했다. "당신들 제정신이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당나귀를 써먹지도 않을 거면먹이는 왜 준 거요? 그걸 타고 가면 몸도 덜 피곤하고 신발도 덜 닳지 않겠소? 당나귀야 튼튼하고 건강하니 그 위에 탄다고 해서 뭐가 문제요? 그게 당나귀가 해야 할 일이 아니오. 워낙 일할 팔자를 타고 태어난 놈 아니냔 말이오?"사람들의 말을 그럴듯하게 여긴 아버지는 당나귀 위에 아들을 태우고 자기를 걸어서 갔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아무리 세상이 말세라고 해도 그렇지. 아버지는 늙어서 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데 그냥 걸어서 가고, 사냥개보다 더 잘 뛸 수 있을 것 같은 젊은 녀석은 당나귀를 타고 와? 자식을 잘못 키워도 영 잘못 키웠어. 자식 교육은 그렇게 시키는게 아닌데. 그렇게 키워봐야 게으르고 철없는 한량밖에 더 되겠나?"그들의 충고가 제법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늙은 아버지는 아들을 내려오게 하고, 자기가 당나귀를 타고 갔다. 그렇게 아버지는 당나귀를 타고, 아들은 뒤에서 걸어가다가 또다른 나그네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아버지와 아들을 보자마자 나무라기 시작했다."원 세상에, 무슨 아버지가 저리도 매정하담. 둘 다 태워도 끄떡없을 것 같은 당나귀인데 자기 혼자만 타고 가다니. 아들보다 당나귀를 더 귀하게 여기는 모양이군. 이 더위에 저렇게 걸어가다니 아들이 무슨 고생이야. 저러다가 더위라도 먹어 일사병에 걸리면 몸도 탈날 텐데. 다리라도 다쳐봐. 병신되기 딱 십상이지. 젊어서 고생하면 늙어서 병원신세나 지고 골골할 텐데."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이 측은해져서 아들도 당나귀에 함께 태웠다.이렇게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타고 가다가,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전에 보았던 사람들보다 더 심하게 아버지와 아들을 나무랐다.
"세상에 별꼴을 다 보겠네. 당나귀 한 마리 위에 장정 둘이 타고 가다니. 당나귀 한 마리 위에 당나귀 두 마리가 올라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 저 가련한 것이 힘이 들어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잖나. 인정사정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 차라리 그 당나귀를 타고 언덕길을 올라가지 그래. 당나귀가 배가 터져 죽어야 직성이 풀릴 사람들이야."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들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구나. 당나귀가 지쳐서 죽으면 안 되잖니. 다리를 묶어서 막대기에 걸쳐 성까지 들고 가자꾸나. 그렇게 하면 힘도 덜 들고, 또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인정 많다고 칭찬도 할 것 아니겠니? 당나귀도 푹 쉬고 나면 팔 때 돈도 더 많이 쳐서 받을 수 있을 테고."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당나귀의 네 발을 묶어 언덕길을 올라갔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이런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보고는 마구 비웃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나? 이 당나귀가 똑똑하기는 똑똑한가 보군. 두 멍청한 인간들이 자기를 메고 언덕길을 오르게 하니 말이야. 저 당나귀라면 두 사람을 태우고 거기다가 짐까지 실을 수도 있을 텐데, 거꾸로 당나귀가 사람들한테 실려가다니.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러 태어난 짐승인데 저리 신주단지처럼 모셔서야 되겠나. 괘씸한 짐승이로군. 저런 놈은 가죽을 벗겨서 세상 사람들한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해."
아버지는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당나귀가 괘씸해지면서 화가 났다. 그는 당나귀를 메고 가던 막대기를 꺼내들고는 당나귀 머리를 냅다 내리쳤다. 당나귀가 그 자리에서 죽어 고꾸라지자 아버지는 당나귀 껍질을 벗기면서 말했다. "온종일 이 놈의 당나귀 때문에 수도 없이 욕만 먹었군. 이제 이 놈 껍데기를 벗겨버리면 욕 먹을 일도 없겠지." 아버지는 당나귀 껍질을 어깨에 들쳐메고 장으로 갔다. 착한 일보다는 나쁜 일에 더 눈독을 들이는 동네 개구장이들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개구장이들은 늙은 노인네가 피범벅이 된 당나귀 껍질을 팔려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 껍질을 뺏아 여기저기로 던지다가 진흙탕 속에 빠뜨렸다. 그 덕에 노인의 얼굴은 진흙범벅이 되고 말았다. 진흙과 피투성이로 온몸이 엉망이 된 그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켜 주려다가 결국에는 재산을 잃고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모든 사람을 한결같이 만족시킬 수는 없으므로 자기 소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남의 말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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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엠파스,다움백과. |
출처:엠파스,다움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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