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通引)이 원의 뺨을 후려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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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두게! 또 그 증세가 나타나는가 보이!
옛날 한 고을에 원이 있었는데, 정사가 사납고 형벌이 혹독하므로 아랫사람들이 견디어 내지를 못했다.
하루는 수리(首吏)가 관속들을 불러 의논하기를,
“자 이대로 있다간 맞아 죽고 말 테고, 내뺐다가는 법에 걸려 죽고 말 형편이니, 어차피 이렇게 되고 말 바에는 저 놈을 쫓아낼 도리밖에 없을 것 같애!”
“그렇지만 우리 같은 약한 힘으로 어떻게 하겠소?”
“걱정 말고 이렇게 저렇게만 하시오.”
다음날 아침 원이 조회를 마치고 나서 혼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작은 통인(通引= 수령(守令)의 잔심부름을 하던 구실아치) 한 사람이 불문곡직하고 원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래 놓으니, 원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 원은 분기충천하여 책상을 박차고 나오면서, 통인을 잡아내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나 이미 모두가 짜고 하는 일이라 모든 통인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면서,
“어찌 통인이 사또를 칠 수 있을까?”
하고 아무도 곧이들으려 하지 않고 책실(冊室)에 들어가서,"
도련님! 사또께서 별안간 병환이 나신 모양입니다.”하고 아뢰었다.
다른 관원과 원의 아들들이 급히 나와 보니, 과연 눈이 벌겋게 열이 오른 원은 통인이 뺨치던 얘기를 하면서 손으로 영창도 치고 발로 책상도 치고 해, 그 말이 선후가 없고 온몸에 땀까지 흐르고 있으므로, 아들들도 정말 미친 것으로만 알아 의원을 부르고 야단이 났으나,
“이놈! 내가 무슨 병이 있어 의원을 불러왔느냐?”
하고 아들까지 발로 차므로, 먼 데서 감사가 소문을 듣고는 마침내 파직을 시키고 말았다.
얼마 뒤 하는 수 없이 서울 본집으로 돌아가는데 감사가 보고서,
“들으니 신환이 있다더니 지금은 좀 어떤고?”
“사실은 병이 아니라.......”
하고 말을 꺼내려는데, 감사는
“그만 두게! 또 그 증세가 나는 모양이로세.”
하고 피해 가 버렸다.
수십 년 후 생각할수록 그 때 일이 원통해서 마지막으로 자녀들을 불러놓고는,
“얘들아, 아무 해의 그 일을 너희들은 지금도 참말이라고 믿느냐?”
하니 아들들이 울상을 하면서,
“아버지! 이 병환이 오래도록 잠잠하시더니 또 증세가 보이니 이 일을 어떡하면 좋습니까!”
원은 종평생 말을 못해 보고 죽었다는 것이다.
***요즈음도 이런 방법이 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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