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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역사) 이야기

가지 떠난 꽃은 사람과 함께 시들었네.

by 까망잉크 2009. 2. 17.

 

 

가지 떠난 꽃은 사람과 함께 시들었네.

 

 

 

○ 충선왕(忠宣王)은 오랫동안 원(元) 나라에 머물고 있어서 정든 사람이 있었더니,

귀국하게 되자 정인(情人)이 쫓아오므로 임금이 연꽃 한 송이를 꺾어주고 이별의 정표로 하였다.

밤낮으로 임금이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여 익재 이제현(益齋李齊賢)를 시켜 다시 가서 보게 하였다.

이익재가 가보니 여자는 다락 속에 있었는데, 며칠 동안 먹지를 않아 말도 잘 하지 못하였으나

억지로 붓을 들어 절구 한 수를 쓰는데,

 

보내주신 연꽃 한 송이 / 贈送蓮花片

처음엔 분명하게도 붉더니 / 初來的的紅

가지 떠난 지 이제 며칠 / 辭枝今幾日

사람과 함께 시들었네 / 憔悴與人同

하였다.

익재가 돌아와서, “여자는 술집으로 들어가 젊은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는데 찾아도 없습니다.”고

아뢰니, 임금이 크게 뉘우치며 땅에 침을 뱉었다.

다음해의 경수절(慶壽節=왕의 생일)에 이익재가 술잔을 올리고는 뜰아래로 물러나와 엎드리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 연유를 물으므로 이익재는 그 시를 올리고 그때 일을 말했다.

임금은 눈물을 흘리며,

“만약 그날 이 시를 보았더라면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돌아갔을 것인데,

경이 나를 사랑하여 일부러 다른 말을 하였으니, 참으로 충성스러운 일이다.” 하였다.

忠宣王久留元。有所鍾情者。及東還。情人追來。王折蓮花一朶。贈之以爲別。日夕王不勝眷戀。令益齋更往見之。益齋往則女在樓中。不食已數日。言語不能辨。强操筆書一絶云。贈送蓮花片。初來的的紅。辭枝今幾日。憔悴與人同。益齋回啓云。女入酒家。與年少飮之。尋之不得耳。王大懊唾地。翌年慶壽節。益齋進爵。退伏庭下言死罪。王問之。益齋呈其詩道其事。王垂淚曰。當日若見詩。竭死力還往矣。卿愛我故變言之。眞忠懇也。

 

성현(成俔)의 용재총화 제3권(慵齋叢話卷之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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