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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 저런 아야기

[그것은 이렇습니다]‘애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요?

by 까망잉크 2011. 3. 2.

[그것은 이렇습니다]‘애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요?

전수용 경제부 기자 jsy@chosun.com

Q: ‘애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요?

요즘 신문에 농산물 값 폭등을 다룬 기사에서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정확히 무슨 뜻이고, 왜 농산물값이 뛰고 있나요. / 서울 서초구 독자

 

A: 애그리컬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곡물가 상승이 물가 상승 주도
신흥국 육류소비 증가로 사료 수요 늘어, 옥수수 값 90% 올라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곡물 가격 급등이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영향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경제 용어입니다. 지난 2007년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할 때 외국의 한 투자은행(IB)이 고안한 조어(造語)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거죠.

국제 상품시장에서 지난 1년 사이 옥수수 가격은 90% 올랐고, 밀과 콩도 30~60%나 올랐습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08년 상반기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곡물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입니다.

곡물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수요 증가는 중국이나 인도처럼 인구가 많은 신흥국의 식생활 습관이 변한 게 주 원인입니다. 신흥국의 경제발전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자 육류 소비가 늘어났고, 가축을 키우기 위한 사료가 많이 필요해진 겁니다. 옥수수 같은 곡물은 대체에너지인 에탄올 연료로도 사용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곡물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재배 면적은 한정되어 있고, 여기에 주요 곡물 생산지인 러시아·중국·미국·호주·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 심각한 가뭄과 폭우 등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곡물 공급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전 세계 곡물 공급량이 작년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곡물 수확량이 줄자 주요 수출국들은 아예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고, 수입국들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재고 비축을 늘리면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곡물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료로 하는 각종 식료품 가격 상승이 덩달아 오르고 결국에는 전체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전체 소득에서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큰 저개발 국가 국민에게는 생존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던 2008년에 필리핀·멕시코·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에서 비싼 식료품 가격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민주화 요구 시위도 근본적으로 비싼 빵값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구조를 볼 때 곡물 가격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싸고 배부르게 먹던 풍요의 시대가 점점 막을 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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