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숫돌 /백영호
아버지는 날마다
소먹이 꼴베는 낫을
숫돌에 가셨다
아버지가 낫을 가실 때
수도승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너무나 진지하고 엄숙하게
얼굴에 땀방울 쏟으시며
낫갈기를
어째서 그리도 반복하시는 것일까
가끔은 빼 먹어도 되고
며칠은 아니 갈아도 되실텐데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낫을 가셔서 푸른 날을 세우고선
손바닥으로 쓰윽 문질러보곤 하셨다
이제
저 멀리 북간도보다 머언 먼
피안의 세계에서 안식하시는 아버지
그리워 할 적마다
내 눈가에 숫돌이 보인다
숫돌은 스스로 자기 몸을 헐어서
낫의 푸른 날을 살렸고
아버지는 스스로 당신 몸을 갈아서
가족이라는 튼튼한 울타리를 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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