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그림

은행나무 아래서

by 까망잉크 2011. 11. 21.

 

                                                    

 
    은행나무 아래서 
    인곡/  임 월 묵 
    한 시절 슬기롭게 살기 위해 
    내뱉는 말 참아가며 
    꿋꿋하게 지켜온 세월 
    그대는 아는가? 
    가지가지마다 푸르게 자란 이파리들 
    늠름히 하늘로 차오르며 
    이겨낸 염천의 여름도 
    조용히 그늘을 옮기며 
    툭! 툭! 가을의 계시 앞에서 
    하나씩 마음을 떨어뜨리고 있다 
    밤 낮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노랗게 익어가는 날들 
    아직도 떠나지 않은 그대 
    향기롭지 못한 구린내도 
    알알이 나의 땀으로 자라나고 
    저만치 비껴선 사랑 오늘에 사 
    노란 손수건 흔들지 못한 때늦은 고백 
    보인다, 그대는 보았는가? 
    저 먼저 떠나는 것들 
    마지막 생명 다하는 날까지 
    버거운 삶 거푸집 될지라도 
    가을비 측은하게 맞아가며 
    자분자분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시와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그만 사랑 노래  (0) 2011.11.28
꽃에 대하여      (0) 2011.11.27
나무의 철학   (0) 2011.11.16
바람끝에 서성이는 가을   (0) 2011.11.04
소리없는 그대와의 사랑...。   (0) 2011.11.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