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입력 2011.12.28 00:00 / 수정 2011.12.28 00:28
금강소나무 Pinus densiflora for. erecta
까닭 없이 저리 높이 자랄 리가 없다
사무친 마음을 하늘에 전하기 위해
끝없이 견디고 끝없이 자란다
저 당당한 힘을 보아라
끝없이 하강하는 완강한 뿌리와
단 한 줄기로 치솟는 붉은 마음
하늘에 닿기 위해 허공을 가르는 잎새
푸른 하늘을 날아간다
빛을 찾아가는 삶이여
올곧고 끈질긴 삶이여
살아서는 숲이 되고 지구의 허파가 되고
죽어서는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되고
마침내는 미생물의 집이 되는
아낌 없이 주기만 하는 삶이여
(… …)
금강소나무 우거진 경북 울진 소광리 숲에 들려면 굽이굽이 감도는 개울을 몇 차례 건너야 한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던 그 날, 무릎께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고 숲에 들어섰다. 조붓한 숲길 양 옆으로는 완강하게 뿌리내린 나무들이 열병하듯 늘어서 있었다. 새파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치솟은 금강소나무다. 매운 바람도 잠시 멈춰야 하는 거대한 천연병풍이다. 숲으로 사람이 걸어서 다가서면 꼭 그 거리만큼 나무들이 사람의 마을로 걸어 나온다. 풍요의 빛을 찾는 사람의 길이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의 길이다. 금강소나무 가지 위에 사뿐히 얹힌 하얀 눈송이 위에 생명의 무한한 풍요가 가만가만 내려앉는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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