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아버지의 빛 - 신달자
아버지의 빛
신달자
신달자
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
땅은 나의 아버지
하산하는 길에 발이 오그라들었다
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
발톱 저리게 황망하다
자갈에 부딪혀도 피가 당긴다
계간 ‘시인세계’ 여름호에 실린 이 시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하늘’ 같은 아버지가 ‘땅’이 된 순간부터 ‘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이 ‘발톱 저리게 황망’하여 하산길에도 발이 오그라드는 시인.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현실이 너무 버거워 ‘차라리 빨리 돌아가시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눈물의 세월…. 아버지를 매정하게 떠밀어버린 것 같은 죄책감에 ‘자갈에 부딪혀도 피가 당긴다’는 그에게 아버지는 ‘하늘의 손이 머리를 꽝 쥐어박는 듯한 느낌’과 함께 새로운 시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한때 하늘이었다 흙으로 돌아간 그분이 지금도 온전하게 자신을 지켜주는 ‘빛’이라고. 저도 그랬습니다. 어버이날 인사 드리려고 전화번호를 누르려다 아, 이젠 안 계시지….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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