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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너무 큰 집

by 까망잉크 2014. 4. 7.

너무 큰 집

[중앙일보] 입력 2014.04.07 00:01 / 수정 2014.04.07 00:01

너무 큰 집
- 민병도(1953~ )

 
 
적막에 턱을 괴고

살구꽃 환한 봄날

혼자 남은 아버지가

바가지에 쌀을 씻는다

이승의

남은 집 한 채,

새소리도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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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이라는 말에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너무 많이 묻어 있습니다. 그래서 ‘홀몸노인’이라는 말로 순화해서 쓰는 모양입니다. 이 말도 안타깝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정서적 고립감으로 고독사에까지 이르게 하는 슬픈 1인 가족. 독거노인, 또는 홀몸노인이라 불리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이 우리나라 전체 노인의 20% 정도나 된다고 하네요. 이 시에도 식구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은 아버지가 바가지에 쌀을 씻’고 계십니다. 식구들이 떠난 집은 너무 큽니다. 잘 보이지 않는 눈과 잘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집은 더 커졌습니다. 새도 보이지 않습니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끊기고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아 아버지를 돌봅니다. 살구꽃이라도 환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강현덕·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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