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
새날이라 새가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 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 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가 나무 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일도 있었다고
나쁜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마리 새
행복(幸 福)/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귀천 (歸 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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