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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나무들은 다시 출발선에 선다

by 까망잉크 2018. 3. 11.

 

 


                                                                                      

나무들은 다시 출발선에 선다

 

/이해원

 

 

봄볕에 알람을 맞추는 나무들

숲에 들면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봄볕의 농도가 짙어지면

각자의 알람소리에 일어나는 나무들

잠귀가 밝은 산수유 매화가 먼저 눈을 뜬다

뒤이어 너도나도 긴 잠에서 빠져 나오는데

응달의 나무들 암막커튼을 치고 숙면 중이다

조급한 단거리 선수들은 잎을 젖히고

꽃이 먼저 치고 나온다

보폭이 짧은 산수유

일찍 서둘러도 골인 지점은 멀다

늦잠 잔 대추나무는

뒷심이 좋아

가을까지 내달리며 제일 먼저 제사상에 오른다

간혹 톱니가 겉돌면 계절이 곤두박질하는

나무들의 시계

배터리의 절반을 꽃에 사용해도

힘이 부칠 땐 적절하게 해거리를 이용한다

봄은 낭비가 심하다

버리는데 익숙한 나무들

일회용인 꽃이 나무 밑에 수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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