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다시 출발선에 선다
/이해원
봄볕에 알람을 맞추는 나무들
숲에 들면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봄볕의 농도가 짙어지면
각자의 알람소리에 일어나는 나무들
잠귀가 밝은 산수유 매화가 먼저 눈을 뜬다
뒤이어 너도나도 긴 잠에서 빠져 나오는데
응달의 나무들 암막커튼을 치고 숙면 중이다
조급한 단거리 선수들은 잎을 젖히고
꽃이 먼저 치고 나온다
보폭이 짧은 산수유
일찍 서둘러도 골인 지점은 멀다
늦잠 잔 대추나무는
뒷심이 좋아
가을까지 내달리며 제일 먼저 제사상에 오른다
간혹 톱니가 겉돌면 계절이 곤두박질하는
나무들의 시계
배터리의 절반을 꽃에 사용해도
힘이 부칠 땐 적절하게 해거리를 이용한다
봄은 낭비가 심하다
버리는데 익숙한 나무들
일회용인 꽃이 나무 밑에 수북하다
[출처] 나무들은 다시 출발선에 선다 / 이해원 |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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