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ㆍ15 마산 의거 당시 시위대와 경찰간의 투석전으로 어지럽혀진 마산시청 앞 광경. 여기저기 시민들이 던진 돌멩이들이 흩어져 있다. 3ㆍ15의거기념사업회 제공.
○··· 많은 이들이 1960년 4월 19일을 현대 민주주의 투쟁사의 시작점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 희생의 크기 차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파괴는 균열에서 시작된다. 제1공화국의 장벽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던 것은 다름아닌 ‘3월의 마산’이었다. 주권자를 기만한 부정선거를 향해 던진 ‘그 수 만개의 돌덩이’가 없었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더딘 걸음을 했으리라. 매서웠던 지난 겨울이 거짓말처럼, 느닷없이 봄이다. 피지도 못한 청춘들을 떠올리니, 또 아픈 봄이다.
○··· 많은 이들이 1960년 4월 19일을 현대 민주주의 투쟁사의 시작점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 희생의 크기 차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파괴는 균열에서 시작된다. 제1공화국의 장벽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던 것은 다름아닌 ‘3월의 마산’이었다. 주권자를 기만한 부정선거를 향해 던진 ‘그 수 만개의 돌덩이’가 없었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더딘 걸음을 했으리라. 매서웠던 지난 겨울이 거짓말처럼, 느닷없이 봄이다. 피지도 못한 청춘들을 떠올리니, 또 아픈 봄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 원본글: 한국일보
김주열의 이름에 가려진 8명의 소년들.
◇ “우리 집엔 선거권이 다섯인데 스물 세 살 난 딸 애 것만 딱 한 장이 나왔어요. 아들놈이 흥분할 때만 해도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데모는 하지 않겠노라고 담임선생님과 약속을 했었다니까. 그 날 저녁 ‘어머니 잠시 구경만 하고 올낍니더’ 하고 나선 아들이 10시가 돼서도 들어오지 않자, 그제야 육감이 이상했습니다.” (희생자 김용실의 어머니 이명선 여사 증언)
◇ ‘개표가 열리는 마산 시청 앞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던 저녁, 마산고 1학년 김용실은 현관에 앉아 신발끈을 쉴 새 없이 만지작거렸다. 끈을 한번 조이고 시계를 한 번 보고를 반복했다. 오후 7시가 넘어갈 무렵, 그는 해거름을 등지고 현관문을 나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야구를 좋아했던 소년은 그 날 시위대의 맨 앞에서 야구공 대신 돌멩이를 들었다. △ 사진: 당시 마산경찰서 앞 가두 모습. 3ㆍ15의거기념사업회 제공.
○··· “용실이 아래 남동생도 함께 시위에 나갔다가 시청 앞에서 형을 만났대요. “형님 언제 나왔노?” 하니까 “지금 사담할 시간 없다”며 앞으로 달려 나가 더래요. 총탄이 날아오는데 앞으로 나간 형은 다시 보이질 않고… 어쩔 수 없이 자기는 산으로 도망을 쳤다고…” (김용실의 누나 김옥주씨 증언)또래에 비해 키가 훌쩍 컸던 용실의 뒤통수가 어지러운 인파 속에서 빼꼼히 솟았다 서서히 멀어졌다. 그렇게 시위대 앞을 향해 뛰쳐나가던 모습이 가족의 마지막 기억이 됐다.
다음 날, 어머니 이명선씨는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마산 시내를 정신없이 휘젓고 다니다 경찰에 붙잡혔다. “무조건 빨갱이들이 시켜서 한 짓이라고 자백해라.” 경찰들은 이씨를 사정없이 때리며 윽박질렀다. 그렇게 맞으면서도 어머니는 ‘아들이 어딘가 살아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노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아들은 머리 한가운데에 총탄이 박힌 채로 발견됐다. 병원을 막아 선 경찰들은 시체마저 내어주지 않았다.
○··· “용실이 아래 남동생도 함께 시위에 나갔다가 시청 앞에서 형을 만났대요. “형님 언제 나왔노?” 하니까 “지금 사담할 시간 없다”며 앞으로 달려 나가 더래요. 총탄이 날아오는데 앞으로 나간 형은 다시 보이질 않고… 어쩔 수 없이 자기는 산으로 도망을 쳤다고…” (김용실의 누나 김옥주씨 증언)또래에 비해 키가 훌쩍 컸던 용실의 뒤통수가 어지러운 인파 속에서 빼꼼히 솟았다 서서히 멀어졌다. 그렇게 시위대 앞을 향해 뛰쳐나가던 모습이 가족의 마지막 기억이 됐다.
다음 날, 어머니 이명선씨는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마산 시내를 정신없이 휘젓고 다니다 경찰에 붙잡혔다. “무조건 빨갱이들이 시켜서 한 짓이라고 자백해라.” 경찰들은 이씨를 사정없이 때리며 윽박질렀다. 그렇게 맞으면서도 어머니는 ‘아들이 어딘가 살아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노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아들은 머리 한가운데에 총탄이 박힌 채로 발견됐다. 병원을 막아 선 경찰들은 시체마저 내어주지 않았다.
◇ “장례를 지내면 용실이 친구들이 따라 나와 데모를 할까 봐 그랬다는 거예요.” 그도 모자라 경찰들은 그의 주머니에 몰래 불온 삐라를 넣어 ‘빨갱이’로 조작을 시도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 밤 중에 몰래 시체를 인도받아 허둥지둥 화장을 했다. 그렇게 소년이 살다 간 흔적은 봉분도 비석도 없이 가묘로만 남았다. △ 사진: 3ㆍ15 의거 후 폐허가 된 무학초등학교 앞. 3ㆍ15의거기념사업회 제공.
○··· 같은 날 함께 세상을 등진 또 다른 소년에겐 제 시신을 고이 수습해 줄 가족마저 없었다. 경찰이 쏜 총탄에 가슴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진 오성원의 나이는 열아홉. 또래가 교복에 가방 메고 학교로 향하는 시간, 그는 시내의 다방을 전전하며 월급쟁이들의 구두를 닦았다.
함께 마산 거리 곳곳을 누빈 동료 구두닦이 두 명이 울면서 시신을 거뒀다. 친구를 팔용산 골짜기에 묻은 그들은 작은 비석을 세웠다.‘길 가는 나그네여, 여기 민주주의를 찾으려다 3월 15일 밤 무참히도 떨어진 21년의 꽃봉오리가 누워 있음을 전해다오.’
○··· 같은 날 함께 세상을 등진 또 다른 소년에겐 제 시신을 고이 수습해 줄 가족마저 없었다. 경찰이 쏜 총탄에 가슴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진 오성원의 나이는 열아홉. 또래가 교복에 가방 메고 학교로 향하는 시간, 그는 시내의 다방을 전전하며 월급쟁이들의 구두를 닦았다.
함께 마산 거리 곳곳을 누빈 동료 구두닦이 두 명이 울면서 시신을 거뒀다. 친구를 팔용산 골짜기에 묻은 그들은 작은 비석을 세웠다.‘길 가는 나그네여, 여기 민주주의를 찾으려다 3월 15일 밤 무참히도 떨어진 21년의 꽃봉오리가 누워 있음을 전해다오.’
◇ 김주열(당시 16세), 김용실(17세), 오성원(19세)을 포함한 9명의 희생자들은 모두 까까머리의 10대 소년들이었다. 김영호(18세), 김영준(19세), 전의규(17세), 김효덕(18세), 김삼웅(19세), 강융기(19세). △ 사진: 3ㆍ15의거 당시 총격으로 사망한 구두닦이 오성원의 묘. 3ㆍ15의거기념사업회 제공.
○··· 누군가의 꿈은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되는 것이었고, 또 누군가의 꿈은 소박하게 고향 땅에서 기술자로 사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죽는 순간까지 애타게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고, 또 누군가는 “내 할 짓 하고 죽는 것이니 걱정은 말라”며 어머니를 위로하고 숨을 거뒀다. 마산의 잔인한 봄엔 꽃이 피기도 전에 청춘이 지고 있었다.
○··· 누군가의 꿈은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되는 것이었고, 또 누군가의 꿈은 소박하게 고향 땅에서 기술자로 사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죽는 순간까지 애타게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고, 또 누군가는 “내 할 짓 하고 죽는 것이니 걱정은 말라”며 어머니를 위로하고 숨을 거뒀다. 마산의 잔인한 봄엔 꽃이 피기도 전에 청춘이 지고 있었다.
◇ 민주주의 투쟁사의 시작은 3ㆍ15 의거 △ 사진: 꽃다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3ㆍ15의거 희생자들의 영령에 대해 예불을 올리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 3ㆍ15의거기념사업회 제공.
○··· 3월 15일 밤 홀연히 사라졌던 김주열의 시신은 처참한 모습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고, 꺾였던 투쟁을 다시 일으켰다. 전국의 시민들이 궐기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승만의 독재정권은 무너졌다. 참여인원만 10만 명 이상, 사망 185명, 부상 1,500여 명. 역사의 그날, 4ㆍ19 혁명이다.
○··· 3월 15일 밤 홀연히 사라졌던 김주열의 시신은 처참한 모습으로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고, 꺾였던 투쟁을 다시 일으켰다. 전국의 시민들이 궐기했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승만의 독재정권은 무너졌다. 참여인원만 10만 명 이상, 사망 185명, 부상 1,500여 명. 역사의 그날, 4ㆍ19 혁명이다.
'옛(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명박 前대통령 한밤 구속 (0) | 2018.03.23 |
---|---|
[스크랩] 청와대를 습격하여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북괴군이 숨어 있던곳 (0) | 2018.03.23 |
전직 대통령 5인의 카퍼레이드 (0) | 2018.03.18 |
[스크랩] ★#역사 속 인물(기생 월이의 활약)★ (0) | 2018.03.07 |
[스크랩] 退溪先生 "며느리" 改嫁시킨 사연 ! (0) | 2018.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