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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 뒷 이야기

<조선왕조 뒷 이야기> 39 인류 최초의 영농온실

by 까망잉크 2018. 6. 25.

 

<조선왕조 뒷 이야기> 39 인류 최초의 영농온실

(주)하동신문

이글은 이종호 박사의 <과학으로 푸는 우리 유산>이라는 발표문을 인용하여 쓴, 세종대왕 시대 농사에 관한 세계적 발명품 이야기다.
세종32년(1450)경 전의감(典醫監)의 의관(醫官) 전순의(全循義)라는 사람이 농서(農書)의 일종인 <산가요록(山家要錄)>을 집필하였는데, 알려지지 않다가, 2001년 10월에 원본이 발견됨으로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그 시대 조선 초기 겨울철에도 신선한 채소를 길러 먹기위해 온실을 만들었었다는 기록이다. 15세기 한반도에서 온실에 채소 농사를 지었다는 이런 기록은, 1619년 독일 하이텔베르그에서의 온실이 세계 최초였다고 알려진 것보다 무려 170년이 앞섰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산가요록>에는 식품 조리법과 함께 온실을 만들어 차거운 겨울철에도 신선하고 부드러운 채소를 생산하였다는, 이른바 동절양채(冬節養菜) 농사법 풀이된 원문의 내용은 대개 이랬다.
『제일 먼저 필요한 만큼 크기의 온실을 짓는데, 동·서·북 3면은 두꺼운 황토벽으로 쌓고 기름종이를 바르며, 남쪽 면은 기름종이를 바른 살창을 설치한다. 구들을 놓아 연기가 나지 않게 잘 처리하고, 온돌 위에 한자 반 높이의 흙을 쌓고 봄채소를 심는다. 평소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되 날씨가 아주 추우면 반드시 두꺼운 거적을 덮어 주고 날씨가 풀리면 즉시 벗겨낸다. 날마다 물을 뿌려 주어 흙이 마르지 않고 온실 안에 항상 이슬이 맺히도록한다. 담 밖에 솥을 걸고 둥글고 긴 통을 만들어 솥과 연결시켜 아침 저녁으로 불을 때 솥의 수증기로 방을 훈훈하게 해준다』
<조선왕조실록>에 겨울철에도 꽃과 채소를 길러 궁중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어, 어떻게 꽃과 채소가 추운 겨울에 생산 되었던가 하는 궁금증이 비로소 해소 되었다며 학자들은 수긍하였다.
<산가요록>의 발견은, 세종 시대의 훈민정음 창제, 금속활자·측우기 발명을 비롯한 임진왜란 때 정평구(鄭平九)가 발명했다는 비거(飛車), 선조때 이장손(李長孫)이 발명한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등등, 세계인을 놀라게한 발명품들로 주목 받은 한민족의 지혜가, 농업분야에서도 일찍부터 발휘되었음을 알게 해준 획기적인 일이었다.
<산가요록>의 저자 전순의의 생몰 연대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는 세종·문종·세조 세 왕조의 전의감을 지낸 의관으로, 세종27년(1445) 왕명으로 역사상 최초의 한방의학 백과사전이라 할 수있는 <의방유치(醫方類聚)> 편찬 때 편집 실무를 맡았었다. 세종이 승하하고 문종이 즉위하자 문종의 내의(內醫)로 왕의 주치의가 되었는데, 세종의 서5남 밀성군 이침(李琛)의 난치병을 고쳐 말안장을 상으로 받기도하였다. 그러나 같은해 5월 문종이 종양(腫瘍)으로 크게 앓았는데, 전순의가 악성 종양을 절개 수술을 했지만 효험이 없어 문종이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에 진료 책임을 덮어 쓴 전순의는 곧 의금부에 하옥 당했고, 직위는 전의감의 청지기로 강등되었는데, 단종이 즉위하자 풀려 났다.
세조8년(1462) 전순의는 특출한 의술을 인정 받아 당상관인 첨지중추원사에 오르고 이어 종2품 동지중추원사에 올라, 세조의 주치의가 되어 고질적으로 세조를 괴롭힌 피부병을 다스렸고, 경복궁 비현각(丕顯閣)에서 의학을 강의하기도하였다. 뒤이어 왕의 음식을 담당하는 식의(食醫)로서의 자격을 인정 받은 전순의는, 관직이 올라 자헌대부에 승차하고, 내의라는 낮은 신분상의 벽을 뛰어 넘어 상호군에 임명되었는가 하면, 좌익원종공신1등에 녹선 되는 영광을 안았다.
전순의가 저술한 <산가요록>에는 온실 만드는 방법 외에, 다방면의 음식 조리법이 기록되어있다. 63가지의 술 제조 방법과 김치에 관한 기록이 많았다. 배추김치, 즉시 먹는 김치, 송이 김치, 생강 김치, 동아김치, 토란김치, 동침, 나박김치 등 무려 38가지를 기록하여 전문가들을 놀라게했다.
전순의는 그때로서는 이른바 식이요법 전문 의사이며 식품학자였던 셈이다. 그가 정리 기록한 <식료찬요(食寮纂要)>라는 저서에는 200여 가지의 음식 조리법과 27가지 채소·과일·육류의 보관요령이 기록되어있어, 조선의 음식문화 창달에 커다란 도움이 되기도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조상들의 지혜는, 신분을 따지질 않고 생활과학자를 중용한 세종대왕의 통치력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정연가(한국수필문학가 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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