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로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시와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쳐간 그대가 (0) | 2018.12.26 |
---|---|
사랑하는 사람아 (0) | 2018.12.17 |
[스크랩] 가을 (0) | 2018.11.25 |
우리는 오후의 시간에 머문다 (0) | 2018.11.12 |
[스크랩] 마음의 정거장 (0) | 2018.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