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 오르다

남한산성에 오르다

386년 전. 역사의 그날을 기억하며

byWynnFeb 19. 2023

오늘은 남한산성에 올랐다.

지금으로부터 368년 전인 1637년 2월.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항복할 것인가? 더 싸울 것인가?

그 고민이 정점에 치닫고 있는 시점이었다.

 

1636년 12월 차가운 겨울에 시작된

갑작스러운 청나라의 침입.

조선의 왕 '인조'는 급하게 남한산성으로 피했다.

1636년 12월 28일부터 1637년 2월 24일까지

차가운 49일 동안 조선은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와 항전을 했다.

하지만 조선의 조정은 반으로 나눠져 있었다.

청과 결사 항전하자는 세력과 청과 화해 하자는 세력의 갈등. 조정의 내분과 굶주림, 그리고 겨울의 매서운 추위,  왕실이 피난한 강화도의 함락, 후방 지원군들의 참패로 인조는 삼전도의 굴복을 겪으며 항복을 한다. 그날을 기억하며 남한산성에 올랐다.

오늘도 남한산성은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얼음이 녹지 않은 계곡을 따라서 오르는 가파른 등산로.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그 길을 올랐다.

 

인조가 조정 대신들과 올라갔던 그 길이었고

청군이 산성을 공격하기 위해 올랐던 그 길이었다.

또한 산을 타고 오르는 청군을 막기 위해

조선군이 곳곳에 매복하며 방어를 했던 그곳이었다.

 

386년 전 이곳을 가득 메웠을

병자호란 전쟁의 기운을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착잡해졌다.

 

얼음의 계곡을 지나고 가파른 능선길을 걸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내시며 산성 앞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성곽에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작은 쪽문으로 산성 안으로 들어갔다.

산성 안은 평온했다.

남성산성 밖을 바라보니

잠실 롯데타워와 서울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전쟁과는 거리가 먼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수어장대

산성 밖의 풍경을 뒤로하고

당시의 남한산성 지휘소인 수어장대로 올랐다.

남한산성을 지휘하는 수어장대.

잠시 그곳에서 그날의 모습을 상상했다.

수많은 장수들이 남한산성을 둘러싸고 있는

청군과의 전쟁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고

성벽에는 장졸들이 성벽너머의 적군들을 감시했을 것이다.

산성 밖의 풍경

너무나 추웠고, 너무나 배고팠으며, 너무나 두려웠을 것이다. 내가 서있는 그 시간이 2023년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386년 전. 그날의 기억.

앞으로는 그런 치욕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억하며 나는 남한산성을 내려왔다.

 

Wynn기획자

세상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삶을 시나브로 알아가는 인생 탐험가이자, 소소한 행복을 찾아 글쓰기와 여행 즐기는 평범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