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경복궁

by김세중Jan 24. 2023

조선조 궁궐로 5대궁이 있지만 경복궁과 창덕궁이 정궁이다. 창덕궁이 실은 더 오랜 동안 더 많은 왕이 살았던 궁이라지만 상징성은 경복궁이 압도적이라 하겠다. 창덕궁보다 먼저 생기기도 했거니와 도성의 한복판에 있었고 규모도 창덕궁에 비길 바 아니다. 경복궁의 근정전과 창덕궁의 인정전을 비교해 봐도 근정전이 훨씬 더 우람하다. 다만 임란으로 소실되고 17세기 이래 270년 이상 폐허로 있다가 고종 때 부활한 아픈 역사가 있다.

 

정초에 경복궁을 찾았다. 고기 반 물 반이라더니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이었다. 어쩌면 외국인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경복궁은 넓다. 빈 땅이 많아서 그렇지 대지 면적은 중국의 자금성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고 들었다. 다만 자금성엔 수많은 건물이 빽빽히 들어차 있지만 경복궁은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건물이 사라져 버리고 주요 건물만 겨우 복원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다. 임란이라는 전란, 화재, 일제의 파괴, 6.25 동란 등 숱한 일들을 겪으며 그 옛날의 모습은 좀체 찾을 수 없다. 국가 사업으로 지금도 꾸준히 복원되고 있지만 아득하기만 하다.

 

훼손도 훼손이지만 원래 없던 것이 많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남서쪽 귀퉁이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자리하고 있고 북동쪽 넓은 지역은 1970년대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경복궁의 원래 모습과는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북서쪽에는 과거에 청와대 경비 부대가 있었는데 그 부대가 나가고 태원전이 복원되었으니 다행이다. 

 

전에 경복궁에 왔을 때는 근정전과 경회루를 보고는 나머진 대충 스쳐 지나가는 듯 보고 갔다. 이번엔 속속들이 살피려고 애를 썼다. 태원전은 처음 가보았고 고종의 서재였던 중국풍의 집옥재,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곤녕합, 옥호루가 있는 건청궁 그리고 그 앞의 향원정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함화당, 집경당을 지나면 흥복전이 나오고 점점 건물이 밀집해 있다. 교태전은 왕비의 처소이고 자경전은 대비가 사는 집이다. 자경전의 담과 굴뚝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무척 아름답다. 교태전 북쪽 아미산은 산이라기엔 너무나 작은 인공 언덕으로 네 개의 예쁜 굴뚝이 서 있다. 

 

교태산 남쪽은 강녕전으로 이곳은 임금이 자는 곳이다. 임금이 신하들과 의논하는 편전인 사정전과 왕비의 처소인 교태전 사이에 강녕전이 자리하고 있다. 강녕전 동쪽으로 궁궐의 음식 만드는 곳이 있다. 생물방, 내소주방, 외소주방이 붙어 있다. 그리고 그 남쪽으로 왕세자의 궁인 동궁이 있는데 자선당과 비현각이 나란히 있다. 

 

경복궁을 나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왜 임란 이후 임금들은 폐허가 되다시피한 경복궁을 270년 이상 방치했을까. 왜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중건키로 결심했을까. 대역사를 시작하는 바람에 국가 재정이 위태해지고 공사에 동원된 백성들의 고충이 여간 크지 않았겠지만 만일 경복궁을 중건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폐허가 된 흉물스런 모습이라니! 조선 왕조는 518년이라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긴 역사를 가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복궁이 있다. 

 

 

 

김세중출간작가

더 편리하고 쉬운 한국어를 꿈꿉니다. 틈틈이 자전거여행도 합니다. 민법의 비문(2022), 품격 있는 글쓰기(2017), 보름간의 전국 일주(2017, 전자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