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1회)신씨 부인
입력 2020. 10. 21. 17: 50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인생사란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었다. 누구는 고대광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갖고 싶은 것 다 갖고 평생을 꽃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천하고 천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끼니도 굶고 거지처럼 살다가 병에 들어 일찍 세상을 하직하기도 하니 말이다.
더구나 못생긴데다가 사람됨도 형편없어 욕심보만 늘어 온갖 추악한 짓을 서슴지 않고 살아가는데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온갖 복을 다 누리고 살아간다고 한다면 이는 참으로 기차 찰 노릇이지 않겠는가!
이놈 세상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사람됨이 바르고 덕이 있는 사람은 복이 없어 가난하게 살기 십상이고 사람됨이 못되고 욕심 많은 사람이 잘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상은 사람됨이 바른 사람이 재물에 눈이 멀어 인간의 바른 길을 벗어나는 짓을 하면서까지 평생 재물이나 권력을 쫓아 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렇다고 한다면 평생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고 재물과 권력에 눈이 멀어 그것만 쫓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살아가는 그런 욕심 많은 사람들이 잘 살 수밖에 없다고 해야겠는데 세상의 실상이 그러한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만 같다.
오직 농사일을 해서 곡물을 수확해 재물을 모으던 시절에는 일 잘하는 사람이 부자로 잘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세상이 변해서 그 곡물을 수확 할 수 있는 땅을 많이 차지한 사람이 부자로 잘 살았다. 돈이라는 것이 나오고 상업이 발달하다 보니 장사를 잘하는 사람 즉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부자로 살았던 것인데 아마 요즘 세상이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러한 발달사를 생각해보면 일 잘하는 사람의 시대가 가고. 땅 많이 가진 사람 시대가 가고. 돈 많이 가진 사람 시대가 왔는데 가히 땅과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그야말로 부자라고 하겠다. 그 땅과 돈으로 권력을 산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권력을 틀어쥔 부자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인생사 병들어 늙고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죽을 때 죽더라도 온갖 부귀영화를 좀 잠깐만이라도 원 없이 누려보았으면 좋겠는데 어째 그것과는 인연이 멀어도 너무 멀다. 아니 이러다가는 명대로 살지도 못하고 금방 죽어 나갈 것만 같다. 도대체 이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팔자라고 한다.
자신의 불행을 운명과 팔자에 기대 위안을 삼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다가는 것이었지만 참으로 내일 일도 모를 만큼 오묘한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그 인생살이 깊은 속을 좀 속 시원히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하긴 그것을 알아내기란 게 그 누구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또한 묘미가 있는 것이었다.
저기를 좀 보시게! 저기 산골 마을 조그마한 초가집 꽃처럼 발그레하니 피어올라야할 갓 시집 온 새댁 신씨 부인도 지금 그 인생살이가 주는 근심 걱정으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지 않은가? 도대체 젊은 새댁이 무슨 몹쓸 사연이 있기에 저리 얼굴이 폭삭 늙어 버렸단 말인가? <계속>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제2회)기생팔자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세상사 갈팡질팡 꿈은 저 뜬 구름만 같고 사연 많은 인생사 날은 저물어 가는데 내친김에 이 고달픈 길 위에서 잠시 지친 두 다리 쉬어두고 앉아 저 새색시 신씨 부인 사연이나 한번 들어보고 가고 싶어지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시집 와서 삼년, 남편이 앓아 눕고 인근의 의원이란 의원을 다 불러와 백약을 다 수소문하여 써 보아도 나을 기미가 없으니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보다 하고 신씨 부인은 하루 종일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
남들은 혼례식 올리고 깨가 쏟아지게 살면서 아들 딸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산다는데 무슨 팔자가 이렇게 박복하여 병든 남편 수발하다가 좋은 신혼시절을 다보내고 이제 곧 숨이라도 넘어간다면 송장 치를 일만 남았거니 생각하니 가슴이 꽉 미어지는 것이었다.
산골 농촌마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라나 열여섯 살에 일 잘하는 덕대 큰 건강한 이웃마을 총각에게 시집왔건만 남들 다 즐긴다는 그 신혼시절도 없이 혼례식 치르고 얼마가지 않아 그만 골골 앓아 누워버렸으니 밥하고 들일하고 시부모 수발하고 병든 남편 간호에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눈물 나도록 박복한 인생이었다.
그렇다고 신씨 부인의 용모를 누가 본다 해도 남편이 죽어 혼자 살아갈 팔자 사나운 과부의 상은 아니었다. 키 큰 호리호리한 갈대같이 야들야들한 허리를 가진 날씬한 몸매에 분홍빛으로 이른 봄 살아나는 진달래꽃처럼 윤기 나는 촉촉한 피부, 검은 머리칼, 깊은 밤 반짝이는 별빛처럼 영롱한 눈빛에 은근한 미소 머금은 복숭아꽃빛 감도는 도톰한 입술 생김새에 풍만한 젖가슴 그리고 탄력 있는 암말을 닮은 엉덩이 등이 오목조목 잘 들어박혀있어 젊은 총각들이 첫눈에도 혹할 만큼 건강한 여인네로서 꽤나 아름다운 미인이라 할만 했다.
그런데 그런 고운 얼굴이 죄다 상할 만큼 가슴 펄펄 태우며 남편의 건강을 회복시켜 보려는 일념으로 힘들게 병 수발을 들며 고생고생 살아가는 신씨 부인의 마음속에 푸르게 일어나 자리 잡는 것은 오로지 신세 한탄이요 팔자타령이었던 것이다.
살아갈 날이 구만리 같은 인생길임에도 사랑하는 남편이 저렇게 오늘 내일 하며 죽을병이 들어 방에 누워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신씨 부인은 남편과 오순도순 살림해 살며 아들 딸 낳아 행복하게 살아갈 운명보다도 그런대로 생겨먹은 그 미색으로 인해 뭇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어 멀리 낯모를 어느 큰 고을로 흘러들어가 기생으로 살아갈 운명이었는지도 몰랐다.
말하기 좋게 그냥 ‘기생팔자!’ 이리 사느니 차라리 그 운명이 더 나을 것만 같기도 했다. 알지 못할 병에 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자리에 드러누운 남편은 가뭄에 말라비틀어져 가는 옥수숫대마냥 시들시들 기운이 빠져가더니 급기야는 밥을 떠먹여야 할 만큼 쇠약해 졌고 탕약도 떠 넣어 주어야 겨우 삼키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말이다. <계속>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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